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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80830_4.jpg : 촌부의 단상-잘 익은 붉은 고추따기IMG_20180830_3.jpg : 촌부의 단상-잘 익은 붉은 고추따기IMG_20180830_2.jpg : 촌부의 단상-잘 익은 붉은 고추따기IMG_20180830_1.jpg : 촌부의 단상-잘 익은 붉은 고추따기[촌부의 단상]
잘 익은 붉은 고추따기

오랜만에 푸른 하늘이 구름 사이를 비집고 드러났다.
반가웠다. 가을 장마가 들어 연일 오락가락하며 내린
비는 어제 오후에 그치고 모처럼 피란 하늘을 보여서
이제는 그만 내리겠지 했었다. 하지만 오늘 새벽에도
소나기성 비가 한바탕 퍼부었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예보도 없던 비가 내리고 있다. 이번 비는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폭우를 쏟아놓는 게릴라성 폭우라고 하니
예측을 불허하는 것인가 보다. 온나라가 이 게릴라성
폭우에 꼼짝달싹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기상 당국에서도 많이 당황하는 모양인데...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기후변화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인가? 하늘의 뜻이 정말 무섭기는 무섭다.

비가 그치고 햇살이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내린
빗물을 다 말린 저녁무렵에 아내와 함께 고추밭으로
갔다. 며칠동안 잘 익은 고추를 못땄다며 연일 끌탕을
하던 아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야심차게 올해는
우리밭에서 우리가 기른 잘 익은 붉은 고추를 따다가
태양초로 말려 김치도 담그고 고추장도 담글 것이란
것이 아내의 소박한 꿈이고 계획이었다. 그런데 처음
딱 한 번 붉은 고추를 딴 다음날부터 연일 비가 내려
더 이상 딸 수가 없었다. 심지어 비를 맞으며 고추를
따다가 일일이 닦아서 말리면 어떠냐고 까지 했었다.
비를 맞으며 고추를 따봐야 햇볕이 안나는데 어디서
말릴 것이냐며 기다리자고 했다. 아내의 마음도 많이
조급했었나 보다. 그랬으니 모처럼 고추밭에서 붉은
고추를 따는 아내의 기분이 좋을 수밖에... 둘이 서로
한 고랑씩 맡아서 잘 익은 붉은 고추만 따는데 지난번
보다 익은 고추가 많았다. 고추를 따며 연신 싱글벙글
좋아라 하는 아내의 모습은 소박한 꿈을 이루게 되는
즐거움과 뿌듯함에 젖은 산골 아낙의 모습이었다.

많은 고추농사를 짓는 농가들은 건조기를 이용하여
고추를 말리지만 우리는 말 그대로 자연적인 어쩌면
아주 원시적인 방법으로 고추를 말린다. 밭에서 따온
고추는 사나흘 검은 그물망으로 덮어 실내 창가에다
펼쳐두었다가 햇볕 좋은 날 아스콘 포장을 한 주차장
바닥에다 말린다. 이렇게 말리는 것이 태양초라며...
그러니  매일 아침에는 밖으로 꺼내 펼쳐서 말리다가
저녁무렵에는 다시 카페안으로 들여놓는 일을 한다.
이 일은 가을내내 해야 하는 아내의 소일거리가 된다.
올해는 고추가 잘 익고, 잘 말라서 소박한 아내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8월 마지막 날이네. 어쩌다 보니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고 사는 것인가? 그런데 너무
빠르다. 세월 가는 속도는 나이와 비례한다고 했던가?
가는 세월이야 어찌 막으랴! 함께 달려가는 수밖에...
어제 저녁에 수박 한 통을 따서 반장님댁에 다녀왔다.
촌부의 산골살이 멘토이신 분이라서 가끔씩 뵙는다.
그런데 올여름에는 일이 바빠 거의 찾아뵙지 못했다.
마침 밭에 익은 수박도 있고, 근래 두 분께서 건강이
그다지 좋지않다는 소문을 들어서 인사차 다녀왔다.
늘 반갑게 맞아주신다. 웃는 모습을 가만히 보니 이제
두 분 다 연세가 많이 드셨구나 싶었다. 우리가 오던
그 해 반장님께서 회갑이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시기를 바래본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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