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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80826_4.jpg : 촌부의 단상-붉은 고추 따러 가세!IMG_20180826_3.jpg : 촌부의 단상-붉은 고추 따러 가세!IMG_20180826_2.jpg : 촌부의 단상-붉은 고추 따러 가세!IMG_20180826_1.jpg : 촌부의 단상-붉은 고추 따러 가세![촌부의 단상]
붉은 고추 따러 가세!

지난 초봄, 
텃밭에 모종을 심기 전 아내가 이렇게 각오를 다졌다.
"고추 모종 좀 많이 사다가 심읍시다. 올해는 기필코
  붉은 고추를 태양초로 말려서 자급자족 해볼라구!"
"두 판만 사다 심으면 될까? 너무 많아도 힘들잖아?"
"작년에는 한 판 심었는데 풋고추 따먹고 붉은 고추를
  말려 태양초 고춧가루를 열 근이나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아내의 청에 따라서 고추 모종을 두 판 심었다.
고추농사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농부님들에 비한다면
거의 장난 수준이겠지만 우리 둘이서 하기에 알맞은
정도만 심고 가꾸는 것이 촌부의 텃밭농사 원칙이다.
사실 그동안 텃밭에 심은 고추는 대부분 풋고추로 따
먹거나 절임 고추, 간장 장아찌로 만들어 먹었고 말린
고추는 해마다 마을 아우네에 부탁하여 사서 먹었다.
이젠 아우네들도 없이 우리만 살고 있으니 조금만 더
심으면 충분히 말린 고추도 자급자족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아내가 힘들어도 손수 태양초로 말려보겠다는
포부를 가졌던 것이다. 아내의 바람대로 텃밭에 심은
고추가 잘 자랐고 꽃도 많이 피고 고추도 많이 열렸다.

지난 초여름,
잘 자라며 고추가 엄청 튼실하게 많이 열려 좋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에 가뭄까지 겹쳐
고추 끝이 상하는 병이 생겼다. 처음에는 탄저병인가
싶어 걱정을 했는데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칼슘 부족
현상과 데임현상이라고 하여 칼슘제를 살포하고 거의
매일 물주기를 하였더니 차츰 그 현상은 많이 줄었다.
지금도 간간이 상한 고추가 있어서 따내기도 하지만
반면에 고추가 주렁주렁 많이 열려 잘 익어가고 있다.

드디어 어제,
태풍도 무사히 지나가고 비도 꽤 많이 내려서 가뭄도
어느 정도 해갈이 된 것 같고 고추도 생기를 찾은 것
같다. 아내가 "여보셔! 빨리 붉은 고추 따러 갑시다!"
라며 좋아했다. "그러세! 붉은 고추 따러 가세!"라며
플라스틱 양동이를 들고 아내와 함께 고추밭에 갔다.
이제 키가 꽤 크다. 아내와 고추 심은 이랑을 사이에
두고 고랑에 들어가서 기어다니는 듯한 자세로 붉은
고추를 땄다. 아내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첫 수확이
그런대로 좋다. 지난 여름 폭염과 가뭄 때문에 걱정을
했고 물주기를 하느라 고생을 했던 기억도 모두 잊게
되는 것 같다. 이제 당분간 아내의 일이 하나 늘었다.
고추를 태양초로 말리느라 아침. 저녁으로 들락날락
해야하게 될 것이다. 고추 건조기로 말리는 것 보다는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말 그대로 햇볕에만 의존하여
말리는 오리지날 태양초가 될 것이라며 벌써 어깨를
어쓱이는 아내를 보면서 이런 것이 텃밭농사를 짓게
되는 보람이고 재미이구나 싶어 촌부 또한 기분좋다.

오늘 아침은 간만에 안개가 자욱하게 뒤덮고 있으며
기온마저 뚝 떨어진 13도이다. 이른 아침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밭에 나가려다가 얼른 들어와 긴팔로
갈아입고 나갈 정도로 서늘한 느낌이다. 날씨 예보엔
오늘 내일 또 비가 꽤 많이 내린다고 한다. 아랫쪽엔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는데 오랜 가뭄을 해소할 만큼
내렸으면 좋겠다. 아침에 안개가 끼면 날이 좋다고
했었는데 비가 예보되어 있으니 그것도 아닌가 보다.
아침에 밭에 나가보니 비온 뒤라서 그런지 심어놓은
가을 상추가 부쩍 자랐다. 몇 잎 따가가 상추쌈이나
싸서 먹을까? 몇 통 안남은 수박은 한 통 따왔는데...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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