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하루 해가 저무는 시각에...
이른 아침 동이 트기 전 어둑어둑할 무렵에 시작을 한
촌부의 하루는 붉게 물든 해가 서녘 하늘로 뉘엿뉘엿
질 무렵에 끝이 난다. 이른 아침은 간밤에 내린 촉촉한
이슬의 차가움이 상쾌함을 더해서 좋다. 하지만 저녁
무렵은 고단함에 찌들어 축 늘어진 어깨와 땀에 젖은
몰골이라서 스스로가 봐도 패잔병에 가까운 모습처럼
보인다. 이러한 형색으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렇게
고단하게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그리고는
이내 스스로에게 대답한다. "죽으면 썩어서 문들어질
육신인데 아낀다고 남는 것이 뭣이 있겠냐? 그저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힘껏 움직이는 것이 훗날 후회없지
않겠느냐? "고... 어처구니 없고 엉뚱한 자문자답이다.
선문선답(禪問禪答)도 아닌, 우문현답(愚問賢答)도
아닌 그저 평범한 촌부의 횡설수설(橫說竪說) 지껄인
우문우답(愚問愚答)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야겠지?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가뭄이 발악을 하든말든 태풍이
온다고 할지라도 촌부는 밭에다 씨앗을 뿌려놓았다.
전날 배추모종과 쪽파 종근을 심은데 이어 무우, 청갓,
총각무우 씨앗을 조금씩 뿌렸다. 무우는 우리가 먹을
양보다 좀 많이 심어 가을날 무청 시래기를 말리려고
한다. 지난해 시래기를 말려 나눠주었더니 모두 너무
좋아했었던 기억에 무우는 씨앗을 많이 넣은 것이다.
씨앗을 넣을 멀칭비닐 구멍 속의 흙은 가뭄에 뭉쳐져
거의 돌덩이에 가까웠다. 아내와 함께 씨앗을 넣은 후
물을 듬뿍 주었다. 태풍이 올라오며 비가 내린다고는
했지만 씨앗을 뿌린 뒤에 물을 줘야 자리를 잡게 되고
혹시라도 폭우에 쓸려 나가는 걸 미리 방지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물을 듬뿍 준 것이다. 이제 작은 밭은
텅 비워진 모습이지만 모종과 씨앗으로 채워 놓아서
머잖아 가을 채소의 초록 모습으로 가득할 것이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어제 저녁무렵 단지를 돌면서
두루 살펴보았다. 혹시 강풍이나 폭우로 인해 피해가
생길만한 것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 같았다. 딱히 큰 문제가 생길만한 것은 없었지만
몇 군데 대비를 해놓았다. 우리나라로 다가오고 있는
19호 태풍 솔릭으로 인하여 피해를 보는 일이 제발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오늘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