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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80814_4.jpg : 촌부의 단상-너희들 뭐하노?IMG_20180814_2.jpg : 촌부의 단상-너희들 뭐하노?IMG_20180814_1.jpg : 촌부의 단상-너희들 뭐하노?[촌부의 단상]
너희들 뭐하노?

현관 앞에 다알리아 꽃이 예쁘게 피어있는데 그 꽃에
뭔가 움직이는 것이 보여 다가가 보았더니 곤충들이
꽃속에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뭘 하는 걸까? 꽃잎을
갉아먹는 것인지 꽃가루나 꿀을 빨아먹는 것인지 잘
모르지만 꽃을 보기위해 기르는 촌부는 잠시 생각을
했다. 이놈들을 잡아야 하나? 녀석들도 살기위해서
뭔가 열심히 움직이는 것이니까 그냥 놔두어야 하나?
이 촌부가 꽃을 보기위한 것은 생존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지만 곤충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 그냥 두기로 했다. 자연에서 함께 공존하며 살아
가는 것이기에 같은 일원이란 생각이 촌부의 머리에
스쳐갔기 때문이다. 제깟 촌부가 무슨 자연주의자가
된 것인냥, 아님 환경지킴이가 된 것인냥 우쭐되는 것
같지만 그것은 아니다. "살생을 하지마라!"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 말은 불교에서는 재가신자(在家信者)가
지켜야 할 5가지 덕목인 5계(五戒)의 첫 번째이며, 
기독교에서는 십계명(十誡命)의 여섯 번째 덕목으로
알고 있기에 이 자연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미물이라
할지라도 나름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편일텐데 살생
하면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냥 그대로 놔두었다.
오늘 아침에도 녀석들은 꽃 속에 그대로 있다. 촌부는
마음속으로 "너희들 뭐하노?"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촌부는 뭘 했을꼬?
긴 가뭄끝에 소나기성 단비가 조금씩 내려 농작물은
물론이고 온갖 식물들은 생기가 돌고 있는 산골이다.
그런데 문제는 생활에 별 도움이 안되는 잡초들까지
너무나 무럭무럭 잘 자란다는 것이다. 2층 창문에서
멀리 나가있는 아우들이 생각났는지 아내가 아우네
집으로 들어가는 길목 가운데를 내다보면서 하는 말,
"벌써 또 풀이 저렇게 무성하게 자랐네! 꼭 사람 나간
 집처럼 보기가 너무 안좋네. 어휴~ 이를 어째?"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밭에 물주기를 하고, 고추밭에
칼슘제 살포하느라 다른 일에 신경을 못썼더니 이런
걱정을 하게 되는구나 싶었다. 여기 뿐만이 아니다.
비가 온 뒤에 우후죽순처럼 중앙통로에도, 돌계단의
사이에도, 장모님댁 앞뜨락에도 잡초 투성이가 되어
영 볼상 사나웠다. 한낮에는 날이 워낙  뜨거워 어제
저녁 해가 질 무렵 예초기를 꺼내서 짊어졌다. 어차피
촌부가 아니면 이 일을 누가 하겠는가? 해질녘이라고
해도 무척 덥기는 했다. 중앙통로를 거쳐 장모님댁을
돌아 우리집앞을 지나 둘째네와 막내네 앞의 무성한
잡초를 해치웠다. 힘들어 죽겠는데 이놈의 18세 된
예초기는 나이가 들어 그런지 자꾸만 말썽을 부린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 했던가?
혼자 낑낑대며 꺼진 시동을 걸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아내가 찬물에 적신 수건을 갖고 나와 엉망이
된 얼굴을 시원하게 닦아 주었다. 그리고 얼음을 동동
띄운 레몬에이드를 마시라면서 건네 주었다. 고맙다.
이런 아내 덕분에 힘든 일도 웃으며 열심히 하는 것...
농담삼아 "이참에 아우들에게 집 관리를 하는 형님을
위해 이놈의 예초기나 바꿔달라고 할까나?" 했더니
아내가 펄쩍 뛰며 "여보쇼! 사도 우리가 사야지 무슨
그런 말을 하고 있소?"란다. "이 사람아! 나는 농담도
못하냐?"라며 겸연쩍게 대답을 하였다. 겨우 시동을
걸었는데 이미 해는 서산으로 져 땅거미가 내려앉아
더 이상 작업을 할 수가 없었지만 막내네 집앞의 하던
것을 마저 끝냈다. 오늘 아침나절 햇살이 퍼지기 전에
나머지는 마무리를 해야겠다. 온 삭신이 푹푹 쑤시긴
하지만 풀과의 전쟁에서 두 손을 들 수는 없으니까...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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