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이를 어쩌지?
꽤 많이 열리고 잘 자라던 고추에 큰 문제가 생겼다.
익을 때 쯤 된 고추가 병이 생겨 썩는 것인지 아니면
요즘 찜통같은 한낮의 폭염 데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익을 듯한 고추가 이러니 속이 많이 상한다. 영문을
몰라 몇 개 따서 사진을 찍어 마을 아우네 제수씨께
카톡을 보냈다. 카톡을 잘 안하는 아우에게 진단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확인한 제수씨로 부터
전화가 왔다. 아우가 밭에 나가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폭염에 멀치비닐이 뜨거워 화상병을 입은
듯하다고 했다. 다행히 염려했던 탄저병은 아니구나
싶어 안심을 했는데 조금 있다가 아우가 전화를 했다.
사진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탄저병이 온 것 같다고...
어제 저녁무렵 부랴부랴 문제있는 고추를 몇 개 따서
비닐봉지에 넣고 밀봉하여 가지고 내려갔다. 혹시나
탄저병이라면 마을 아우네 옮길까봐 밀봉한 것이다.
가지고 가서 보여주었더니 두 가지 병이 다 한꺼번에
온 것이라며 빨리 종합 살균제를 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금새 옮아 전체적으로 번진다고
하였다. 촌부가 농약을 안치는 것을 아는 아우라서
그 정도 살균제는 쳐도 문제없으니 걱정말고 치라고
했다. 알겠노라고 하고 집에 왔는데 고민이 많다.
지금껏 17년을 농약없이 텃밭농사를 지었는데 18년
째인 올해 드디어 이 촌부의 무농약 기록이 깨져야만
하는 것인지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하다. 그냥 두자니
고추농사를 망칠 것 같고 살균제를 치자니 지금까지
지켜온 촌부 자존심에 무너지는 것 같으니 어쩌지?
그동안은 거의 풋고추를 따먹는 것으로 길러왔지만
올해부터는 잘 익혀 붉은 고추를 따서 태양초로 말려
고춧가루를 자급자족 하겠다는 산골 아낙의 야심찬
계획이고 큰 소망이라 지난해 보다도 2배를 심었다.
아내도 실망이 큰 눈치다. 둘 다 무농약 고추를 따서
태양초로 말려 고춧가루를 만들것이라며 부풀었는데
지금 이 무렵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진 산골 부부,
살균제를 칠 것이냐 그냥 두고 풋고추만 먹을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를 어쩌지?
오늘따라 고추 때문에 기분도 영 안좋은데 아침부터
사방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짜증스럽게 들린다.
연일 기록을 갱신하며 갈아치우는 폭염이 걱정이다.
이래저래 마음이 심란하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침에 밭에 나가 가지 몇 개와 늙은 오이(일반 오이
익은 것) 몇 개를 따가지고 들어왔다. 아내의 명령...
오늘까지 생각해보고 살균제 살포를 결정해야겠다.
우째 이런일이 생기노? 어휴~ 마음 심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