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끝물 상추를 정리하며...
해마다 그랬듯이 올해도 상추를 길러 많은 이웃들과
나눔의 기쁨을 누렸다. 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꽤나
많은 양을 수확했고 몇 차례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꽤 여러 차례 뜯어서 나누었다. 혹자들은 기껏 농사를
지어 남좋은 일만 시키냐고 하겠지만 모르는 소리다.
농사를 업으로 하는 농부가 아니며, 기왕에 있는 밭에
모종을 조금 더 심어 기르고 가꾸는 재미도 맛보면서
아울러 나눔의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게 되는 것이니
더불어 사는 세상,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않을까?
부처님의 가르침 중 보살(대승불교도)의 실천 덕목인
육바라밀(六波羅蜜) 가운데 제1의 덕목으로 자비의
마음으로 다른 이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 주는
것을 뜻하는 보시(布施)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라서
더욱 더 보람있는 일이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더위가 조금 누그러지는 저녁무렵 아내와 함께 밭에
나갔다. 8월의 강렬한 태양은 그때까지도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땅거미가 지는 저녁에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덥지만 그냥 하기로 했다. 잠시 일을
했는데 그새 등짝에 땀이 줄줄 흐르고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였다면 너무나
서글픈 생각이 들었겠지만 나눔을 위한 일이었기에
힘들다는 생각보다 보람이 있는 일을 한다는 뿌듯한
마음이 앞섰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그동안
나름 잘 관리를 하여 장마철이 지나고 지독한 폭염의
여름날까지 상추를 뜯을 수가 있었으니 이 또한 매우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이제는 밭을 정리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서서히 쫑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밭을 정리해야만 머잖아 김장용 배추 모종을 심고
무우 씨앗을 뿌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런대로
끝물 상추도 괜찮다. 그냥 퇴비장으로 보내기는 너무
아깝다. 그래서 잘 손질하여 이웃들에게 나눠주려고
하는 것이다. 올해의 상추 나눠먹기는 이것을 끝이다.
내년은 내년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라
장담 할 순 없지만 산골 부부의 마음이 변하겠는가?
어제 인근 횡성의 한낮 최고 기온이 41.3도를 기록해
역대 한반도 최고 기온을 기록했단다. 또한 인근 홍천
41도, 서울 39.6도를 기록 기상관측 사상 공식적인
최고 높은 기록을 경신한 기온이란다. 횡성과 홍천은
우리 고장 평창 봉평과 인접한 지역인데 폭염이 너무
심해 기록적인 기온까지 올라갔다니 은근 걱정스럽다.
한낮으로 35도까지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해가 지고
나면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이곳은 그나마 다행이다.
산골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 폭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더위 걱정없이 사는 것 만으로도 복받은 고장에 살고
있구나 싶다. 빨리 이 살인적인 폭염을 잠재울 시원한
비가 좀 내렸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