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늘 요즘만 같아라!
요즘은 아침마다 텃밭에 나가면서 비닐봉지 두세 개,
자그마한 가위를 챙긴다. 그리고 가느다란 막대기도
하나 들고 간다. 낚싯대 끝부분인데 호박, 수박, 참외
덩굴을 뒤지는 도구로 안성맞춤이다. 사방으로 퍼진
덩굴을 밟을 수가 없으니 멀찌감치에서 긴 막대기로
뒤진 다음 덩굴이나 줄기를 피해 발걸음을 옮겨 딴다.
못쓰는 낚싯대도 이렇게 재활용을 하게 된다. 산골에
와서 도시의 삶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고 참으로
궁상맞게 사는 것 같지만 나름대로 생활의 지혜라고
여기며 오늘도 긴 폐낚시대 끝부분을 들고서 덩굴을
뒤적거리고 있다. 이런 촌부를 보고 아내가 하는 말,
"이용식이 참 많이 변했네!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
정장 차림이 어울리던 핸섬한 사람이 그 꼴이 뭣꼬?"
"이 사람아! 다 지나간 일이다. 과거에 정승, 판서를
안한 사람이 있더나?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이대로
이 차림, 이 모습이 좋은기라!ㅎㅎ"하며 웃고 만다.
그렇게 밭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들어올 때는 양손에
갖가지 열매 채소가 가득이라 꽤나 무겁게 들고 온다.
호박, 가지, 오이, 방울토마토 그리고 참외, 수박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 뿐인가? 가끔 양념된장에 찍어
먹을 풋고추, 밥에 놓아 먹을 완두콩, 국을 끓여 먹을
아욱, 쌈 싸먹을 상추와 쑥갓, 아내가 좋아하는 노각,
찌개를 비롯한 양념으로 쓴다며 따오라는 청양고추...
이러니 요즘은 매일 아침마다 집에 들어올 때는 양손
가득 들고 들어오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텃밭농사
짓는 즐거움이요, 뿌듯함이요, 보람이 아니겠는가?
이 여름날에 아침마다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촌부가
혼자 중얼거리는 한 마디는 "늘 요즘만 같아라!"이다.
어젯밤에는 데크쪽 통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어찌나
시원했는지 모른다. 열대야가 없는 이곳 산골이 너무
좋다. 그래서 산중에 자리한 우리집은 에어컨이 없다.
예전 도시에서 올때 이웃집에 주고 왔다. 그렇게 엄청
무더운 폭염의 올여름에도 집안에서는 더워서 힘든
기억은 거의 없다. 아마 이 글을 도시분들이 읽는다면
엄청 부러워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산골살이
자랑을 한 결과가 되었네. 사실을 사실대로 표현했을
뿐인데... 다른 고장에 나가서 사는 아우들도 이구동성
한여름에는 늘 이곳 산골집이 그립다고 한다. 지난밤
잠자리에 들기전 닫아놓았던 데크쪽 통창을 열어놓고
일기를 쓰고 있다. 바로 옆 시냇물과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맑고 시원한 공기가 너무 좋다.
이런 상쾌함은 기분까지 맑게 한다. 인위적인 에어컨
바람이 아닌 자연적인 바람이고 공기라서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