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빗물이 왜 이렇게 달지?
어제 저녁무렵 한 시간반 정도 소나기성 비가 내렸다.
얼마만에 비가 내린 것인지 가물가물 기억에도 없다.
언제 비가 왔었지? 언제 내린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지금 내리는 이 비가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줄기가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쓰고 있던 우산을 팽겨치고 비를 맞으며 고개를 들어
입을 벌리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누가 봤다면 미친
노친네라고 했겠지만 그만큼 비가 반가웠던 것이다.
쏟아지는 빗물이 입속에 들어왔다. 흔히들 이런 비를
단비라고 하더니 정말 비가 달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빗물이 왜 이렇게 달지?"라고 중얼거리며
잠시 비를 맞았다. 요즘같이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긴
여름 가뭄 끝에 비가 내렸으니 왜 아니 기쁘겠는가?
적잖은 나이에 이런 쌩뚱맞고 엉뚱한 짓거리 해보는
촌부의 마음을 그 누가 알까마는 보던말던 미쳤다고
하던말던 아무 상관이 없다. 내가 기쁘고 내가 좋으면
그만이니까! 술에 취하면 바른 말을 한다는 사자성어
취중진담(醉中眞談)이 아니고 오랜만에 비가 내린
날 비가 달다고 표현을 한 것을 우중진담( 雨中眞談)
이라고 하면 어떨까? 또 어거지 낱말을 만들었나?
사실 비를 기다린 것은 이 촌부 보다도 밭에서 목말라
하던 농작물들이었고, 정원에서 꽃을 피우려던 온갖
야생화를 비릇한 화초들이었고, 숲속의 나무들이다.
연일 찜통같은 폭염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폭염의
위력은 대단했다. 우리네 사람들이 헉헉대며 너무나
힘든 일상이었는데 식물들은 오죽이나 힘들었을까?
다행히 목마름을 적셔주는 단비가 내렸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모처럼 우산을 바쳐들고 바지가랭이를
적셔가면서 텃밭으로, 정원으로, 시냇가로, 숲속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모두 좋아서 싱글벙글, 촌부도
내리는 비가 좋아서 흡족한 미소를 띠며 인사를 했다.
잠시 비가 내렸을 뿐인데 생기가 도는 것 같아 너무나
풋풋한 모습이다. 빗물을 머금은 잎파리는 더욱 짙은
녹색으로 보인다. 빗속에 바라보는 촌부의 마음까지
푸르름으로 물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새삼스레 비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단비가 내리던 날, 선생님인 조카 딸내미가 왔고 이어
막내네가 저녁무렵 도착했다. 막내네 세 식구의 상봉
이라고나 할까? 폭염으로 엄청 힘들었는데 산골집에
오니 살 것 같다며 "역시 강원도"라고 하였다. 휴가차
열대야 없는 산골집에 왔으니 시원하게 즐겁게 편히
푹 쉬었다 갔으면 좋겠다. 비가 그친 뒤 밭에 나가서
수박 한 통을 따왔다. 참외는 미리 따와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수박이 작기는 하지만 아주 잘 익었다.
조카 딸내미가 좋아하며 맛있다고 하니 더욱 기분이
좋고 텃밭농사를 지은 보람이 느껴졌다. 모처럼 함께
우리 밭에 우리가 기른 수박, 참외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둘째네도 온다고 하니 모처럼
산골 식구들이 다 모이게 되는가 보다. 아직 텃밭엔
수박과 참외가 잔뜩 있으니 대표적인 여름 과일로 또
파티를 해야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