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수박이요, 참외요!, 호박, 오이도 있어~~!!!"
저녁무렵 아내와 함께 텃밭을 거닐다가 말을 건넸다.
"여보! 우리 수박, 참외, 오이, 호박 장사할까?"
"뜬금없이 뭔 소리래요?"
"밭에 수박이 몇 덩어리 열렸는지 아나?"
"한 덩굴에 하나씩이잖아?"
"아니다! 꽤 많더라!"
"내가 보기는 몇 개 안보이던데..."
"볼래? 이것 봐라! 몇 개고?"
"우와~!!! 하나, 둘, 셋, 넷, 다섯.... 도대체 몇 개야?"
"그렇다니까! 지금 열린 것만 해도 엄청나제?ㅎㅎ"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심은 수박이다. 아마도 지난해
심은 품종과 전혀 다른 것 아닌가 싶다. 순지르기를
할 필요 없다기에 의아해 했는데 정말 그런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박은 가지 3개만 남기고 젖순은 모두
따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야 한 가지에 수박이
한 개 달리고 두 가지는 힘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며
한 가지에 하나만 키워야 튼실한 수박으로 자란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심은 수박은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 다음은 참외가 자라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참외 덩굴 사이사이를 덮고 있는 잎파리를 들췄다.
"우와~!!! 참외봐라! 벌써 주먹덩이만 하다!"
"어디어디? 엊그제 쬐그맣더니 벌써 컸네?"
"작년엔 하나도 못 따먹었는데 올핸 실컷 먹겠지?"
"암~ 그래야제! 올핸 부직포 깔아줘서 괜찮을거야!"
"히히잇! 보는 것만으로도 신난다! 안 그렇소?"
"두 말하모 잔소리제!ㅎㅎ"
밭이 길쭉한 모양이라 맨 바깥쪽 이랑에 대파, 수박,
참외, 호박을 심었다. 바깥쪽 여백으로 덩굴이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해마다 마지막 이랑에
땅바닥으로 덩굴이 기는 농작물을 심어 오고 있다.
참외는 수박보다 더 무성하게 덩굴이 얼키설키 엉켜
뻗어가고 있다. 납작한 수박 잎파리와 달리 넙적하게
생긴 잎파리 사이에 숨어있어 잎을 들춰야만 보인다.
꽤 큰 것부터 이제 막 꽃에서 열매가 생기는 것까지
숫자를 셀 수 없이 참외가 많이 열려 잎 사이에 꼬옥
숨어있다. 정말 보는 것만으로 신이 난다.
그 뿐 아니다. 같은 이랑 끝부분에 서너 종류 호박이
사이좋게 꽃을 피우고 앙증맞게 호박이 달려있는가
하며 이미 다 자라서 몇 개는 이미 주방에 옮겨왔다.
"호박꽃 어떠노? 당신처럼 이뿌제?"
"영감탱이 뭘 잘못 먹었나베!ㅎㅎ"
"이 사람아! 호박꽃 자세히 봐라! 이뿐가 안 예뿐가?"
"뭔 호박이 이것저것 막 섞여서 열리네."
"애호박, 마디호박, 맷돌호박, 이건 또 뭣꼬?"
"비가 오고 나니까 호박이 막 열리네. 누가 다 먹지?"
"여기저기 막 퍼돌리지 뭐..."
"하여간...ㅎㅎ 고생해서 길러 보시하자는 것이지?"
"좋잖아? 기르는 재미를 보고, 나누는 기쁨까지..."
"좋을 대로 하시구랴! 당신을 누가 말리겠소!"
사실 호박은 상추와 마찬가지로 길러서 우리가 먹는
것보다 남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훨씬 아니 아마 거의
80~90%는 되고도 남을 것이다. 산골 부부의 생각을
잘 모르는 이들은 그럴 것이다. "애써 농사지어 모두
남 줄 것이면 왜 힘들게 농사를 짓느냐?"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있는 밭을 놀릴 수는 없고 이런
것이라도 형제자매, 지인, 친구, 이웃과 나눔을 실천
한다면 기르는 재미와 더불어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되어 경제적인 것보다 더 큰 정신적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렇게 하고 있다. 너무 거창하게
표현을 했나? 별 것도 아닌데...
마지막은 집에서 가까운 작은 밭에 심어놓은 오이다.
올해 오이 농사는 여느 해보다 더 성공을 한 것 같다.
모종을 잘 고른 것인지 아님 촌부가 잘 기른 것인지
그도저도 아니라면 밭이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보! 지금까지 오이 몇 개나 땄노?"
"뭐 그걸 세면서 따나?"
"그래도 대충 알것 아닌가베?"
"처음에 3개, 둘째네 왔을 때 2개, 오이 장아찌 담근
것이 몇 개더라? 처음 20개에다 몇 번 더 보탰는데...
잘 몰라! 아마 70~80개는 될걸요."
"아~따! 벌써 많이 땄네! 이놈들이 참 재밌어!ㅎㅎ"
"이제 시작인데 뭘 그러셔. 꽤 많이 딸 것 같지?"
"덩굴이 벌써 새로 세운 지지대까지 올라왔어!"
"그나저나 노각은 아직도 새끼손가락보다 작네?"
오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내는 요즘 밭에서 매일
따는 오이를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시나브로 동절기용
저장식품으로 만들고 있다. 간장 장아찌와 또 한가지
있는데 오이지종류같은 소금, 식초, 설탕으로 만드는
것 같지만 자세히 모르겠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사계절 내내 아삭아삭한 오이 반찬을 먹을 수 있다.
어제 오후부터 소나기성 비가 시도때도 없이 내렸다.
밭에 나가 채소들을 살피는 이른 아침에도 가랑비가
내렸으나 지금은 그쳤다. 그러나 잔뜩 흐린 하늘이다.
밭에서 자라는 채소들은 아주 살판이 난 것 같고 아주
생기 발랄한 모습이다. 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비로
인한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