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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80619_2.jpg : 촌부의 단상-고추 돌봐주기IMG_20180619_1.jpg : 촌부의 단상-고추 돌봐주기[촌부의 단상]
고추 돌봐주기 

이른 아침, 몇 시인지 시간을 알아야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아마도 5시쯤은 되었을 것이다. 거의 촌부의
기상시간은 일정하니까. 오늘 아침은 오이밭에 나가
엊그제 추가로 스키 폴대로 지지대를 세워놓은 것에
유인줄을 묶어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아침마다 하는
채소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며 한바퀴 돌다보니 오이
보다 더 시급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고추밭에
발길이 멈췄다. 어느새 부쩍 자라 방아다리가 생겼다.
며칠전 첫 번째 줄을 묶으려고 그냥 줄만 쳐놓았는데
이제는 한 그루씩 묶어주어야 하고 방아다리 밑으로
자라는 줄기와 잎을 따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아울러
방아다리 사이에 피는 꽃이나 고추도 따주어야 한다.

마치 녀석들이 주인인 촌부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을
거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오이, 수박, 토마토에게만
신경을 쓰고 우리들 고추는 뒷전인가요? 우리들도 좀
돌봐주시지요?"라고.. 맞다. 사실 요즘 오이가 열리고
수박이 열리고 방울토마토가 열리는 바람에 열매채소
녀석들 돌보느라 고추밭에 잘 자라주는 고추는 너무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매일 왔다갔다 하며 눈길을
주었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알 수가 없다.
괜시리 녀석들에게 미안스런 마음이었다. 게으름뱅이
주인 때문에 더 잘 자랄 수가 있었는데 지금 이 정도...

"그래! 깔끔하게 잘 돌봐주마! 잠시 기다리거라!"하고
부랴부랴 집에 들어와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챙겼다.
필요한 것이라고 해야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한그루씩 묶어줄 피복을 입힌 고무밴드이다. 몇 해 전
영주에서 막내네가 아주 편리하다며 잔뜩 사다주어서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농사는 정성이라 했던가?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방아다리 밑으로 자란 줄기와
고춧잎을 따주고, 방아다리 사이에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하거나 이미 열린 방아다리 고추는 다 따주었다. 
고춧잎을 한잎한잎 따다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밭에 나갈때 매고 다니는 자그만 가방에서 비닐봉투를
꺼내 고춧잎을 따로 담았다. 그냥 밭고랑에 버린다면
거름이야 되겠지만 좋은 찬거리인데 그럴 수는 없었다.
고추를 돌봐주고 손질을 해주고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선물이라고나 할까? 일을 마치고 나서 보았더니 제법
많다. 우리 두 식구가 몇 끼 반찬으로 먹고 남을 정도의
양이다. 하기사 데치면 얼마 안될 수도 있겠다. 아내는
남으면 또 냉동을 시켜 보관을 했다가 생각이 날 때면
꺼내 먹겠지? 밭고랑에 앉아 한그루 한그루 곁줄기와
곁잎, 방아다리 고추를 따고 고무밴드를 묶다가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일을 했다. 

저만치 밭 입구 저쪽에서 아내가 큰 소리로 불렀다.
아침 식사 하자는 소리에 몇 시냐고 물었더니 8시가
넘었단다. "어이구! 오늘은 촌부의 일기가 지각이네."
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집에 들어와 구수한 강된장과
밥을 양푼에 담고 상추와 열무 겉절이를 넣어서 쓱쓱
비벼 볼이 미어져라 맛있게 먹었더니 아내가 하는 말,
"아침에 밭일을 해서 밥맛이 좋은가? 내 음식 솜씨가
좋아서 잘 먹는 것인가 모르겠네?"라며 활짝 웃었다.
이럴 땐 이렇게 대답해야 되겠지 싶어서 "아침 일은
늘 하는 것이고 당신 솜씨가 좋아 밥맛이 좋은 거야!"
라고 했더니 "뻥치시네! 시장이 반찬이겠지?ㅎㅎ"
라며 웃는 것이었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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