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이틀째 봄비 내리던 날에...
산골 부부 도시 나들이 이틀째,
봄비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세게 종일 마구 퍼부었다.
봄비 답지않고 여름날 장맛비같은 장대비가 이틀째
내린 어제였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한 도시 나들이에
비바람이 이어져 마치 산골살이 하는 부부가 날궂이
하듯이 비를 몰고 돌아다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내리는 비인지라 산골집에 있어도
어차피 일은 못할테니 이렇게 도시 나들이 나온 것이
오히려 잘 한 것이라 했더니 아내가 하는 말이 재밌다.
"긍정 마인드 좋네? 긍정적 생각은 어디서 나오슈?"
"어디에서 나오긴... 이 하얀 머리에서 나오지!ㅎㅎ"
어제, 그제 산골 부부 도시 나들이를 두고 이런 말로
대신 표현해도 되려나?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아우네와 콩나물 해장국으로 전날 밤에 술 마신 속을
달래고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못다한 이야기 나눈
후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아내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까지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서
도시에 나온 김에 대형 마트에 들려 몇가지 생필품을
쇼핑했다. 없는 것이 없는 대도시의 마트이구나 싶다.
반갑고 즐겁고 고마운 만남...
점심 무렵에 수원 인근 어느 멋진 한정식 음식점에서
아내 친구들을 만났다. 수원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시골이라고 하지만 주변 풍광도, 인테리어도
느낌이 좋은 곳이었다. 봄비가 여름날 비처럼 내리는
날, 이런 시골 음식점 주차장에 즐비하게 서있는 많은
자동차를 보니 꽤 이름이 알려진 음식점이구나 싶다.
음식점 안에는 테이블마다 거의 여성들로 가득이고,
엄청 시끌시끌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역시 장사는 아줌마들의 지갑을 열어야 잘 되는 것이
아닐까? 소비의 중심은 역시 여성이구나!" 라고...
깔끔하고 맛깔스런 음식에 산골부부는 호사를 누렸다.
눈으로 보는 재미, 코로 느끼는 기쁨, 입으로 맛보면서
먹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안겨준 친구분들께 감사하다.
이번에는 아내 친구들께 대접을 해드리려고 하였는데
그럴 기회를 안주어서 또 신세를 지고 말았다. 너무나
과분한 대접, 감사한 마음에 미안한 마음까지 보탰다.
다음에는 꼭 산골집으로 초대하여 대접을 해야겠다.
아내 친구들과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져 빗길을 달려
원주 농기구 판매수리점에 도착했다. 엊그제 고장난
엔진톱 수리를 맡겼는데 부품이 없어서 바로 수리는
곤란하단다. 택배로 받거나 찾으러 나가던지 내일쯤
수리가 끝난 다음 통화를 하기로 약속하고 나왔다.
비용이 얼마나 들지 모르지만 기계치 촌부가 문제다.
잠시 마트에 들려 식료품을 사가지고 집으로 왔다.
산골집에 도착해보니...
장맛비같은 비바람에 한창 만개하여 뽐내던 진달래
꽃잎이 땅바닥에 우수수 떨어져서 봄비를 원망하는
것 같지만 이틀새 나뭇잎들이 꽤나 많이 돋아났으며,
야생초들이 여기저기 쑥쑥 고개를 내밀고 있다. 또한
벚꽃이 피기 시작하여 비를 반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꼬박 이틀 집을 비웠더니 꽤 서늘하고 눅눅한 느낌이
들었다. 이럴 때는 보일러 온도를 더 올리는 것 보다는
난롯불을 지피는 것이 더 좋겠구나 싶었다. 난로 안에
이미 아무때나 불을 지필 수 있게 장작을 넣어 놓았다.
만일을 대비한 아내의 철저한 준비성이라고나 할까?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바깥의 연통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집안에는 훈훈한 열기가 감돌아
이내 눅눅함이 사라지고 따뜻해졌다. 4월도 하순으로
접어드는데 난롯불을 지피다니, 산골의 촌부네에서나
있을 수 있고 보게 되는 비오는 봄날의 산골정경이다.
오늘도 여전히 내리는 비와 함께하는 아침을 맞는다.
봄비 치고는 꽤나 여러날 많이 내린 듯하다. 이 정도
비라면 올봄 농사에 필요한 양은 충분할 것 같은데...
예보에는 오전에 그친다고 한다. 도시 나들이를 다녀
오느라 피곤도 하고 비도 내리는 날이라 아침 산행을
나가지 않았다. 이따 비가 그치면 다녀올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