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올해는 뭘 심어볼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여도 이곳 산골은 질긴 겨울의
끝자락이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는 결코
거짓이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다만 다소의 시간적인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김없이 계절은 바뀌게 되어있는
자연의 이치를 따라야 하는 것인데 괜시리 조바심을
내며 이러쿵저러쿵 넉두리로 일관했던 것이 부끄럽다.
드디어 산골에도 봄이 도착하여 봄기운이 완연하다.
이제서야 응달에 남아있던 눈도 모두 사라지고 어느
세월에 녹을까 싶었던 시냇물의 얼음도 전부 다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게도 질긴 겨울 끝자락은
따뜻한 봄기운에 자리를 양보하고 떠났는가 보다.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는 날에 우산을 바쳐 쓰고 텅 빈
밭에 나가 보았다. 비를 맞으며 밭가를 거닐면서 맡는
풋풋한 흙내음이 너무나 좋다. 흙내음이 좋은 걸 알면
농부가 다 된 것이라고 하던데... 제대로 된 농사짓는
농부는 아니지만 이제 이 촌부도 흙내음 맡을 정도가
되었으니 흙을 떠나서는 안되겠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혼자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하기사 산골살이를
18년째 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않을까 싶은데...
겨우내 하얀 눈을 이불삼아 한가득 덮어쓰고 겨울잠
자고있던 밭에는 흙이 드러나 제모습으로 돌아왔다.
때마침 봄비까지 촉촉하게 내려주어 겨우내 목말라
했었던 갈증까지 해소했으니 이제는 아직까지 이른
아침으로 내리는 찬서리만 그치면 되겠구나 싶은데..
그나저나 올해는 이 텅 빈 밭에 무엇을 어떻게 심어
채워볼까?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늘 하는 생각이다.
자그마한 밭떼기를 가지고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걸
농부님들이 보면 참으로 가소롭고 우습다고 하겠지?
올해는 심을 위치를 좀 바꿔봐야겠다. 콩을 심은 곳은
땅심이 좋다고 하니 그 쪽에 다른 작물을 심어 효과를
기대하고 지난해 채소를 심어 기르던 곳에 콩을 심어
땅심을 높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같은 곳에다
계속 같은 작물을 심으면 연작 피해가 있다는 것 쯤은
아는 촌부이다. 지난해는 수박은 그런대로 괜찮아서
제법 많이 따서 먹었는데 그 전 해에 잘 되었던 참외는
실패를 했다. 나름 신경을 썼지만 그 원인을 몰랐는데
아마도 야생동물 피해가 아닌가 싶다. 올해도 심어볼
생각인데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아직도 한 달은
더 기다려야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심게 되는 이곳
산골인데 벌써부터 촌부 마음은 먼저 앞서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