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멋진 설경이 펼쳐지는 산골, 그런데...
그제 밤사이에 꽤나 많은 눈이 내렸다. 뭐 10cm정도
내린 눈을 많이 내렸다고는 할 수가 없는 산골이지만
이제부터 눈꽃이 피어 설경이 펼쳐지는 하얀 세상이
시작되었다. 그저 바라보는 느낌은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눈이 즐겁다. 그 즐거움의 이면에는
넓은 단지를 비롯하여 330m의 진입로에 쌓인 눈을
모두 치우고 쓸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자리를 한다.
어차피 우리가 선택한 삶의 터전이 꽤 높은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음이라서 이 정도 수고로움은 감수해야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남다른
설경을 감상하는 특혜(?)를 다행으로 여기는 것 외는
그저 무덤덤한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도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기에 예전 젊은 시절 도시에 살던 때와는 좀
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도시에서야 눈을 치운다고
해도 겨우 집앞 포장된 길을 몇 발짝을 치우기만 하면
되겠지만 시골은 다르다. 특히 촌부가 살고 있는 이곳
산골은 더 그렇다. 17년 전 처음 이사 왔을 당시 보다
진입로가 시멘트 포장에서 아스콘 포장으로 바뀌어서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워낙 눈이 많이 오는 고장이라
겨울철이면 눈과의 사투(?)를 벌이는 것이 일상처럼
되었기에 그저 그러려니 하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
눈앞에 쫙 펼쳐진 설경은 너무나 멋진 절경인데
마음에 다가오는 설경은 커다란 부담스러움이다.
눈으로 보는 멋진 설경은 더없는 아름다움이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설경은 원망과 미움이 앞선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는 소리는 아주 정겹지만
발끝으로 전해지는 촉감은 두려움을 먼저 느낀다.
이 아름다운 설경을 그냥 보기만 한다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이구나!
동이 트고 날이 밝기 전에 중무장을 단단히 하고
넉가래로 밀고 빗자루로 눈을 쓸다보니 환해진다.
단지내 집앞에서 중앙통로와 카페앞 주차장 반을
치웠을 뿐인데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렸다.
이럴땐 단지가 넓은 것이 왜 이렇게도 싫은지 몰라?
나머지와 진입로는 하는 수없이 아내에게 맡겼다.
가능한 아내에게 힘든 일은 시키고 싶지않음이지만
촌부에게 허락된 시간이 짧아 늘 안스러운 마음이다.
오늘도 여전히 날씨는 매우 춥다. 영하 13도에다가
오후 또 눈소식이 있고 내일도 마찬가지로 눈소식...
계속 내린 것은 아니지만 연일 이어지고 있어 제대로
겨울임을 실감한다. 이 겨울을 잘 이겨내야 하겠지?
오늘은 혼자가 아닌 둘이서 길을 걸어 내려가야겠다.
아내와 함께 외박을 시킨 자동차가 있는 아래쪽까지
걸어 내려가서 자동차를 타고 장평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다시 외박을 시켜놓고 서울에 다녀와야겠다.
병원에 있는 죽마고우 얼굴도 보고 시간이 허락하면
그동안 못만났던 친구들을 만나보고 올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