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눈과의 싸움 시작...
오늘은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인 소설(小雪)이다.
이즘에는 손돌바람이라고 일컫는 찬바람이 불어오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첫눈이 내린다고 하여 소설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겨울 절기가 바로 오늘, 그래서였는지
어제는 매우 춥고 간밤에 눈까지 내렸는가 보다.
이제 산골살이 하는 촌부와 산골아낙은 눈과 싸움을
시작하였다. 산중턱의 비탈진 곳에 삶터를 잡은 것이
죄라면 죄겠지? 해마다 기나긴 겨울, 눈이 많이 자주
내리는 이곳에 멋모르고 삶터를 일구고 눈과 싸움을
시작한지도 어언 1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아랫쪽의
큰 도로에서 비탈진 길을 따라 300m를 올라와야만
우리들의 삶터인 집이다. 그러니 겨울철 눈이 내리면
치워야만 하는 것이라서 힘이 든다. 우리가 선택하고
결정하여 지금에 이르렀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그저 우리의 운명이고 숙명이라고 여기는 수 밖에...
집에서 시작한 눈쓸기는 아랫쪽의 새로 난 다리까지
이어졌다. 아내는 왼쪽, 촌부는 오른쪽 그러다가 또
서로 방향을 교대하고 카페앞 넓은 주차장을 아내가
넉가래로 미는 동안 촌부는 비탈진 진입로의 도로를
따라 빗자루로 쓸며 내려간다. 이럴 때에는 주차장도
길도 왜 그렇게 넓어만 보이는지 모르겠다. 옆집에는
사람이 있더니만 이내 눈도 치우지않은 길을 따라서
차를 몰고 내려간다. 이럴때 가장 힘든 것이 자동차
바퀴자국인데 함께 눈을 치우지않는 것도 섭섭한데
바퀴자국을 내며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만... 마음을 비우고 아내와 함께 눈을 모두
치우고 나니 영하의 추위도 느끼지 못할만큼 더워서
땀이 난다. 그래도 올겨울들어 첫 눈치우기는 우리
둘이 힘들게 해치웠다. 차라리 많은 양이면 넉가래로
밀면 되지만 애매한 양이라서 빗자루로 쓸어야 하는
것이 더 힘들다. 즐기며 한다고는 하지만 산골부부도
평범한 사람인지라 짜증도 나고 힘도 들어 가끔씩은
왜 이곳에서 이러고 사는가 싶은 회의감이 들고 또
후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터전이 운명인지 숙명인지는 모르지만
여기 이곳인 것을... 산골부부 눈과의 싸움을 이렇게
시작하였다. 긴 싸움이 되겠지만...
오늘 아침은 어제보다 사뭇 다른 느낌의 아침이다.
기온도 영하 6도이고 예보에는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하지만 이곳 산골은 거의 틀림없이 또 눈이 내리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겨울이면 눈이 가장 무섭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눈을 치우고 난 후에 물끄러미
바라보는 설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멋지고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