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촌부의 단상

IMG_20171103_3.jpg : 촌부의 단상-겨울채비의 가장 큰 행사 '김장 담그기'IMG_20171103_2.jpg : 촌부의 단상-겨울채비의 가장 큰 행사 '김장 담그기'IMG_20171103_1.jpg : 촌부의 단상-겨울채비의 가장 큰 행사 '김장 담그기'[촌부의 단상]
겨울채비의 가장 큰 행사 '김장 담그기'

예로부터 '겨울 양식의 반'은 '김장 김치'라고 하였다.
그만큼 김장은 겨울날 우리네 생활속에서 중요하다.
도시에서야 언제라도 담글 수가 있겠지만 우리 고장
봉평에서는 거의 대부분 입동 전.후인 이맘때 김장을
담근다. 워낙 추위가 빨리 닥치기도 하지만 지겨우리
만큼 긴 겨울이 이어지기 때문에 서둘러 김장을 하지
않으면 배추나 무우가 얼어 김치가 맛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싶다. 미신 같지만 우리 마을에서는
입동날은 꼭 피해서 김장을 한다.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굳이 그날 김장담그기를 할 필요는 없어 가능한 입동
전에 김장담그기를 하고 있다. 바로 그날이 어제였다.

이른 아침부터 아내는 마음이 급한 모양이었다. 요즘
병원에 들락거리느라 다른 일에 신경을 쓸 겨를 없이
이런저런 일이 밀렸는데 때마침 큰처남댁 형수님이
배추를 절여주시겠다고 했다며 무척이나 좋아했다.
고마우신 분이다. 큰시누이를 생각하는 마음, 어떻게
그 감사함의 보답을 해야 할까? 바쁜 아내를 돕는 건
촌부 몫이다. 예전에 처제들이 함께 살 땐 서로 도와
가며 김장을 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잠시 떠올랐다.
몇년 전 해남에서 사와 간수를 빼놓은 천일염을 꺼내
놓고 절인 배추를 담아올 그릇도 챙기고 크고 넓다란
비닐봉투도 몇 장 챙겨서 모두 차에 실었다. 그리고
우리밭에서 뽑은 자잘한 무우를 조금 챙겼다. 동치미
담글 무우가 큰처남댁에는 없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갖다주려고... 이른 아침 일을 나가며 아내를 태우고
큰처남댁으로 가서 짐을 내려놓고 일터로 왔는데...

배추를 다 절여놓은 아내가 약 1.5km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집으로 간다며 전화를 했다. 장날인데 시간이
허락하면 장에 나가서 미나리, 쪽파, 바나나를 사다줄
수 있냐고 했다. 혼자 동동거리고 있을 아내의 모습은
안봐도 비디오다. 그러마 하고 장에 나가 시키는 대로
사가지고 집에 갔더니 밭가에서 장모님과 함께 앉아
밭에서 뽑은 청갓과 쪽파를 다듬고 있었다. 늦게 심은
쪽파는 양이 너무 적어 사오라고 하였고 청갓은 그런
대로 쓸만하단다. 혼자 동동거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옆에서 도와주시는 장모님 모습을 뵈니 마음이 놓여
흐믓했다. 갑작스레 김장을 하다보니 매우 부산하다.

큰처남댁에 절여놓은 배추를 뒤집고 손을 봐주시고
아예 다른 준비를 해가지고 와서 배추속 넣는 것까지
도와주시겠다는 형수님의 말씀에 아내는 고맙다면서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처음으로 밖에서 김장을 담가
집으로 나르게 되었다. 그동안 해마다 장모님이 도와
주셨고 아내와 둘이 하였는데 올해는 형수님 덕분에
수월하게 김장을 담그게 된 것이다. 해질녘에 아내와
함께 무우채, 고추가루, 마늘, 젓갈류를 비롯한 온갖
양념을 가지고 갔더니 그새 수돗가에서 절인 배추를
씻고 계셨다. 얼마전 칠순을 넘기셨는데 일을 하시면
일사천리로 해치우신다. 아내와 둘이 무우채 양념을
버무려 속을 넣고, 배추꽁다리를 자르고 물기를 짜는
일은 촌부 몫이다. 해마다 했었던 배추속 넣는 일은
올해 면제를 받았다. 대신에 뒷마무리는 촌부가 아주
깔끔하게 해치웠다. 올해의 김장은 다음주쯤 예정을
했었는데 큰처남댁 형수님 덕분에 후다닥 어떨결에
힘들지도 않게 잘 마무리를 하였다며 아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형수님 모시고 읍내에
나가 맛있는 것을 대접해 드리기로 했는데 뭘 먹지?
고기음식을 아주 맛있게 하는 집에 가서 돼지갈비를
사드려야겠다.

오늘은 늦가을비가 내린다는 예보이다. 아마 추위를
몰고오는 비가 아닐까 싶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제
김장을 마쳤으니 비가 와도, 추위가 온다고 해도 걱정
없다. 겨울채비의 반 이상은 마친 것이나 다름없으니
밭설거지를 비롯한 나머지 일은 시나브로 해나가면
되니까 그리 걱정할 것은 없다. 오늘은 밭가에 임시로
걸쳐놓은 무우청 시래기를 바베큐장으로 옮겨야겠다.
시래기는 햇볕에 말리는 것보다는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리는 것이 좋으니까. 그나저나 아내가 꽤
피곤한가 보다. 갑작스레 김장을 하게 되어서 준비를
하느라 바빴고 김장담그기에 마무리까지 하였으니
피곤하기도 할 것이다. 오늘은 늦잠을 자도록 깨우지
말고 푹 자게 그냥 두어야겠다.
Atachment
첨부 '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 촌부의 단상-겨울채비의 가장 큰 행사 '김장 담그기' file 2017.11.03
1699 촌부의 단상-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file 2017.11.02
1698 촌부의 단상-기쁘고 즐겁고 신났다! 1 file 2017.11.01
1697 촌부의 단상-만감이 교차하네! file 2017.10.31
1696 촌부의 단상-난롯불을 지피는 계절이네! file 2017.10.30
1695 촌부의 단상-이젠 잣 손질 과정-잣송이 말리기 file 2017.10.29
1694 촌부의 단상-일터로 가는 길... file 2017.10.28
1693 촌부의 단상-두 계절의 공존... file 2017.10.27
1692 촌부의 단상-산골에서나 보는 진풍경... file 2017.10.26
1691 촌부의 단상-참 바쁜 하루였구나! file 2017.10.25
1690 촌부의 단상-영하 3도, 첫 얼음이 얼었다. 2 file 2017.10.24
1689 촌부의 단상-새로운 다리(교량-橋梁)를 건너며... file 2017.10.23
1688 촌부의 단상-이런저런 갈등(葛藤)을 하다보니... file 2017.10.22
1687 촌부의 단상-짧고도 길고 지루했던 하루... file 2017.10.21
1686 촌부의 단상-아침을 좋아하는 이유... file 2017.10.20
1685 촌부의 단상-할 일이 와 이리 많노? file 2017.10.19
1684 촌부의 단상-우리집에 있는 길들... file 2017.10.18
1683 촌부의 단상-촌스런 선물이지만... file 2017.10.17
1682 촌부의 단상-고추 따서 말리고, 고들빼기 김치 담그고... 2 file 2017.10.16
1681 촌부의 단상-아~ 좋은 계절, 가을이구나! file 2017.10.1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158 ... 238 Next
/ 23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