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두 계절의 공존...
절기상으로 상강(霜降)이 지나마자 겨울이 찾아드는
느낌이다. 아직 가을인데 어느새 '겨울'이라는 그다지
반갑지도 않은 계절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와서 마치
어린 아이에게 겁을 주듯 웅크리고 있다. 이 산골에는
지금부터 한동안 두 계절이 공존하려나 보다? 아직은
해야할 일도 많은데 추위가 몰려오니 마음이 바쁘다.
어차피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시간이 모자라 서둘게
되면 분명 뭔가 모를 부족함이 생기게 마련인 법이다.
요즘 흔히들 말하는 2% 부족하다고나 할까?
이제 이른 아침에는 찬서리가 내리고 기온도 영하로
뚝 떨어져서 아침 산행은 그만하고 단지를 산책하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하였으나 늘 하던 짓이고 습관이
들어서 발걸음이 산으로 향한다. 집을 나서기 전에는
망설이기도 하지만 차가운 공기도 달다고 느끼면서
일단 산에 오르기만 하면 기분이 너무나 상쾌하고 또
눈에 보이는 이런저런 풍광들을 즐기는 재미에 빠져
기분이 좋다. 바다 가운데 섬에서 태어났지만 이제는
천생 산에서 산을 즐기며 산과 함께 해야 하는 촌부가
되었구나 싶다. 산을 오르면서 주변을 살피는 모습을
누가 본다면 "이른 아침 산에 올라 뭐하는 짓일까?"
라고 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초봄부터 오르내리다가
보니 어디에 뭐가 있으며 어떤 야생초, 어떤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것까지 안다. 그 성장하는 일련의 과정과
모습을 살피며 관찰하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그 재미가 어떤 것인가를 모를 것이다. 요즘은 풀들이
사그라져 가고 있다. 아직 제철이 지난 줄도 모르고
꽃을 피웠다가 차디찬 된서리를 맞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이 안스럽고, 머잖아 잎파리가 질 나뭇잎도
서리라는 난봉꾼의 호된 공격에 싸늘한 모습이 너무
안타까운 광경이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는 자연스레
다가오는 자연의 이치인 것을 어이 하겠는가?
이런저런 풍광을 눈으로 보고 마음에 걷다보니 순간
눈이 번뜩이는 모습이 보인다. 저만치 잣나무 숲속의
작은 나뭇가지 사이에 잣송이가 끼어 있는 것이 보여
다가가 보았다. 잣송이가 맞다.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이런 횡재(?)가 있나? 그동안 잣송이 줍느라 바닥만
내려다 보고 다녔더니 높다란 잣나무에서 잣송이가
떨어지면서 나뭇가지에 걸린 것을 발견 못한 것이다.
그동안 몇 해를 잣송이 줍느라 이 잣나무숲을 뒤지고
다녔음에도 어떻게 이런 광경을 발견 못했을까 하며
잣송이를 하나 둘 나뭇가지에서 꺼냈다. 제법 되었다.
혼자 흐믓한 표정을 지으며 집에 왔더니 아내가 하는
말이 "아직도 잣송이 있읍디까? 많이 주웠네!"란다.
나뭇가지에 걸린 것을 꺼내 왔다고 자랑을 하며 함께
웃었다. 산골살이 뭐 별 것 있나? 이런 재미로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