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우리집에 있는 길들...
뒷산을 오르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우리집에는 여러
종류의 길이 많은데 그 길마다 만든 계기가 있고 또한
만들 당시에 식구들, 특히 막내 아우가 가장 고생하며
만들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얼마나 꼼꼼히
세심하게 설계하고 실천에 옮겼는지 모른다. 지금 그
일을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단순하게 생각을
하면 길을 만드는데 무슨 고생이냐 하겠지만 도로를
만드는 것 처럼은 아닐지라도 위치와 방향은 물론이고
너비를 정해야 하며, 바닥에 무엇을 깔 것인가 아니면
그냥 흙 상태 그대로 둘 것인가 등을 미리 잘 생각하여
만들어야 한다. 길은 한번 만들면 고치기가 어렵기에...
바로 그런 것을 막내 아우가 잘했는데... 단지의 길을
걷다보면 옛 추억이 나곤 한다. '길'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촌부가 살고있는 산골집에는 온갖 길들이 다 있다.
쓰잘데 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한 번쯤은 이 길에 대한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길은 우리에게 소중하니까...
나름의 표현으로 그 종류를 두서없이 나열하여 보면,
가장 흔한 아스팥트길부터 시작할까?
저 밑에 도로에서 집입구까지는 아스팔트길
펜션앞을 지나 집에 오르는 중앙통로는 보도블록길
넓은 정원 사이사이에 이리저리 이어지는 오솔길
장모님댁에서 세자매 집에 이르는 곳엔 둥근 블록길
세자매 집을 오르는 곳은 돌계단길
장모님을 위해 막내 아우가 만든 철제계단길
둘째네와 막내네 집 사이는 평평한 돌을 깔은 길
우리집 앞뜨락에 좁다란 곳에는 흙길
밭가 사이사이에도 좁다란 오솔길에도 흙길
커다란 자작나무가 있는 곳은 자작나무길
정원과 밭사이 조팝나무를 심어 조팝나무길
정원 안에 있는 그네가 있는 곳은 잔디밭길
바베큐장에는 자그마한 자갈깔은 자갈길
펜션옆의 시냇물가에는 단풍나무 숲길
아랫쪽 커풀룸 출입구에는 데크길
수영장에 올라가는 곳에도 데크길
밭에서 퇴비장에 이르는 곳은 돌계단 오솔길
촌부가 매일 오르내리며 길이 된 숲속 오솔길
낙엽송 숲속 숲길은 모닝가든 길이라 이름을 붙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걷는 이런저런 길이 많기도 하다.
길이 있음은 사람이 있음이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길이 있음이다. 이 촌부는 수많은 종류의 길들 중에서
산속의 숲길, 바로 오솔길을 특히 좋아한다. 오래전에
이곳에 와서 시작한 산책, 산행은 거의 매일 이어진다.
처음부터 이곳에 길은 없었다. 애초에는 그냥 나무가
우거진 숲이었으나 나무들 사이로 촌부가 하루 이틀,
한달 두달, 한해 두해 그렇게 다니다보니 이제는 아주
자그맣고 좁다란 오솔길이 된 것이다. 아마도 촌부외
다른 사람은 거의 이 숲속 좁은 오솔길을 다니지않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이 촌부는 자연훼손의 주범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무가 자라야 하고 온갖 풀을
비롯한 식물들이 자라날 자리를 밟고 다니며 방해를
하였으니 말이다. 길은 사람의 활동을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것이고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자연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기도 한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