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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71017_1.jpg : 촌부의 단상-촌스런 선물이지만...IMG_20171017_3.jpg : 촌부의 단상-촌스런 선물이지만...[촌부의 단상]
촌스런 선물이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 자리끼를 떠오려고 아랫층에 있는
주방으로 내려갔다. 싱크대 위에 아침밥을 지으려고
아내가 플라스틱 바가지에 쌀을 불려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우리가 길러서 수확한 호랑이 무늬줄콩도 쌀과
함께 담가놓았다. 내일 아침밥은 포실포실 식감좋고
맛있고 영양많은 콩밥을 지으려는가 보다. 담가놓은
쌀과 콩을 보니 벌써부터 입맛이 다셔지네. 이 촌부는
식충이인가? 아무리 먹어도 살도 찌지않으면서 그저
먹는 것을 보면 식욕이 생기고 신경이 곤두세워지니
말이다. 야식으로 짜장라면을 끓여 먹은 것이 불과 한
시간도 안되었는데 불려놓은 쌀을 보고는 내일 아침
먹을 밥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신다.

어제 아침나절 밭에 나가서 아삭이 고추를 잔뜩 따고
이제는 거의 끝물에 가까운 애호박을 몇 개를 따왔다.
수원에서 아우들과 모처럼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하여
산골에서 가져다 줄 것이 마땅치 않아 보잘것 없지만
손수 기른 것이 좋은 선물이 되지않을까 하는 촌부의
생각이었다. 그랬더니 아내는 호랑이 무늬줄콩에다
밭에서 딴 청양고추를 말려 빻은 고춧가루를 챙겨서
놓았다. 시골스런 선물이 좋겠다 싶은 우리부부...

문득 조팝나무 아래에 열려 잘 익은 호박이 생각났다.
몸이 야윈 둘째 여동생에게 갖다주면 어떨까 싶었다.
아내에게 말했더니 빨리 따오란다. '작은 애기씨에게
주면 솜씨가 좋아서 잘 해먹을 걸요. 몸도 보하고...'
아내의 그 말이 너무 고맙다. 한 걸음에 달려 나가서
익은 호박을 땄더니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호박농사
지은 보람을 느끼게 된다. 지금껏 이렇게 큰 호박을
수확해 본 기억이 없다. 이 정도면 호박농사 잘했지?
올해는 호박농사가 그다지 잘 된 것이 아니라서 익은
호박이라고는 이것 하나뿐이다. 어머님 살아 생전엔
익은 호박을 갖다 드리면 썰어서 말린 호박오가리로
호박떡을 해주셨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 어머님 떡은
참 잘하셨는데... 아내도 어머님 하시는 걸 보고 배워
잘한다. 애호박을 썰어 햇볕에 잘 말리면 호박고지로
재탄생, 겨울날 좋은 찬거리가 된다며 말려놓았다.

어제 아침나절 아내와 함께 산골집을 출발하여 수원
아우네에다 아내를 내려주고 자동차까지 세워놓고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향했다. 병원에 있는 죽마고우가
보고싶어 올라간 것이다. 이 친구에게는 병문안이란
말을 쓰고 싶지않다. 그냥 보고싶고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멀리 산다는 핑계로
자주 가보지못함이 미안할 뿐이다. 지난보다도 많이
야윈 모습이라 보는 순간 속으로 울컥했지만 겉으론
미소 지으며 '괜찮나? 빨리 털고 일어나야제 뭐하고
있노?'라고 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그랬더니 친구가
하는 말이 '그리 말이다. 나가모 배낭 매고 전국일주나
다닐라네. 빨리 나가야 할낀데...'라고 했다. 하루빨리
친구의 말대로 병원을 나와 함께 단 며칠이라도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 '친구야! 빨리 쾌유하여 우리함께
고향 남해부터 시작하여 전국일주 한 바퀴 도세나!'

친구와의 아쉬운 만남을 뒤로 하고 막내 아우의 차를
타고 수원으로 내려갔다. 어머님 49재 이후 오랜만에
형제들이 모두 다 만나는 만남이라 반가웠다. 다음달
우리집안에 하나 밖에 없는 딸내미의 결혼식이 있어
사윗감을 처음 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서로가 멀리에
떨어져 살다보니 자주 만나지를 못했는데 어머님께서
떠나시며 정기적인 만남을 이어놓고 가신 것이라서
더 반갑고 의미가 있다. 예전처럼 어머님이 계신다면
서울집에서 만났겠지만 이제 어머님이 안계시니 이런
모임이라도 있어야 형제들이 가끔씩이나마 서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이 될 것이란 생각에
모두 의견일치를 보아 정기적인 만남을 가진 것이다.
우리 5남매 식구들이 모두 건강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니 새삼 작고하신 아버님, 어머님 생각이 떠오른다.
아우들과의 반갑고 즐거운 시간을 갖고 산골집으로
돌아오니 자정이 가까웠다. 어제 촌부의 하루는 꽤나
바쁘고 긴 하루였다. 오늘은 어제의 여파인지 피로가
몰려와서 아침산행을 나가지않았다. 하루쯤은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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