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소소한 나눔 이야기...
아내와 함께 오이덩굴을 걷어낸 밭에다 청갓 씨앗을
뿌렸다. 그래봐야 밭 한 고랑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만
심어도 우리가 먹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우린 가능한
밭을 놀리지않고 무엇이라도 심으려고 한다. 농부의
흉내를 내는 텃밭농사에 불과하지만 농부의 마음을,
농부의 자세를 배우며 실천을 하려는 의지라고 할까?
밭이 허락하는 범위와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이것저것 무엇이든 심어 우리도 먹고, 남겠다 싶으면
필요로 하는 이웃이나 지인들과 나누고자 하는 것이
아내와 촌부의 마음가짐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봄에
심은 채소들을 여기저기 많은 분들과 나눴다. 그 중에
상추를 가장 많이 나눴다. 산골집에 가끔씩 다니러온
처제들, 서울에 있는 아우들은 물론이고 아내의 친구,
함께 일하는 분들 또한 몇몇 지인들까지 조금이지만
나눔으로 우리의 마음을 전했다. 호박, 풋고추 그리고
아직도 계속 열리고 있는 토마토와 방울토마토를 꽤
여러분들과 나눴다. 값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마는
값이 문제가 아니고 함께 나눈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 주어서 즐겁고, 받아서 반가운 것이 바로
선물이고 나눔이 아니겠는가?
아내가 검진을 받으러 서울 병원에 가신 장모님께서
오시면 드린다고 고구마 경단을 만들었다. 먹어보니
아주 맛이 좋다. 고구마를 삶아 으깨고 잣을 빻아서
넣고 벌꿀로 반죽을 하여 동그랗게 경단을 만든 다음
콩고물을 묻혀서 만들었단다. 아주 그럴싸하고 정말
맛있고 영양이 좋은 간식이 되었다. 도시에서야 밖에
나가면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겠지만 산골에서 그럴
만한 여건이 못되어 아내는 거의 대부분 집에서 이런
간식이나 야식을 손수 만든다. 사랑 듬뿍, 정성 가득,
따스한 손길이 바로 아내가 만드는 음식의 특징이다.
장모님을 처남이 모시고 갔는데 다음주 정밀검사를
하셔야 한다며 못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만들어
놓은 경단을 오래 보관할 수가 없으니 인근에 있는
큰처남댁에 갖다 드리자고 하여 접시에 담긴 채 들고
다녀왔다. 두 분께서 너무 맛있고 예쁘고 깔끔하게 잘
만들었다며 얼마나 칭찬을 하시는 모른다. 수줍음을
너무 잘 타는 아내의 미소짓는 볼은 불그스레 해졌다.
이렇게 또 작은 나눔을 실천한 산골부부였다.
어제 저녁무렵 서울에서 오신 가인 시인님께서 집에
다녀가셨다. 어제부터 시작한 '봉평 메밀꽃 축제'라고
부르기도 하는 '평창 효석문화제'에 다니러 오셨다가
들리셔서 좋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아내는 나름의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어 시골밥상을 한 상 내놓았다.
잡곡밥에 된장찌개, 더덕구이, 두릅전, 각종 장아찌,
무우새싹 겉절이, 묵은 총각김치 볶음, 취나물 무침,
밭에서 갓 딴 풋고추와 쌈장으로 밥상을 차려 놓았다.
후식으로는 아내가 담근 자두청 음료, 밭에서 바로 따
온 수박과 방울토마토... 쌀을 제외한 식재료 대부분은
이 산골에서 우리가 기른 것들로 차린 시골밥상인데
가인 시인님과 함께 오신 젊은 일행 분께서 맛있게 잘
드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혹시 너무 시골스런
음식이라 실망이나 하시지않을까 은근히 걱정했다는
아내도 시인님께서 맛있게 드셔서 감사했다고 하였다.
그냥 오셔도 되는데 책이며, 부채에다 손수 붓글씨로
妙言 無古今라고 쓴 작품과 호두파이와 아내 선물로
화장품까지 챙겨서 오셨다. 너무 반가웠고 고마웠다.
정을 주고 받은 즐거운 나눔의 시간이었다.
*오늘도 여전히 아침은 안개가 자욱하고 이슬 내리고
기온은 한 자리수인 영상 7도까지 떨어져서 그런지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밭을 한 바퀴 돌아보고 왔다.
열매를 키우고 있는 콩이며 고추에게도, 이제 한창
이슬을 먹고 자리 잡아가고 있는 배추며 무우에게도
아침 인사를 전하며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려주고
왔다. 그새 배추와 무우는 눈에 띠게 꽤 많이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