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갑작스레 떠오른 옛 생각...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 갑작스레 떠오른 옛 생각...
이 세상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며, 다 같은 생각을 할까?
모르겠다? 나는 나이고 남이 아니니까!
시간은 가게 마련이고, 세월은 흐르는 것이며,
계절은 저절로 바뀐다는 것을...
하지만 산골살이하고 있는 이 촌부는 이렇게 느낀다.
"늘 멈춤이 없는 시간, 끝없이 흐르는 세월, 자연스레
저절로 바뀌는 계절은 정말 신기하고 오묘함이라고..."
어려서는 왜 이렇게도 시간이 안가냐며 안달복달했다.
한창 왕성하게 일을 하던 때에는 24시간이 모자랐고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을 했었다.
우리네 베이비 부머 세대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그랬었다. 가족에게 할애하는 시간보다도 직장에서
밤낮 없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젊은 날의
열정과 패기로 열심히 일을 하여 나라는 부흥을 했고,
우리 베이비 부머 세대처럼 못 먹고 못 살던 빈곤한
유산을 우리 자식들에게는 물려주지않겠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일을 했다.
그 결과, 지금은 그 옛날처럼 끼니 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산다. 풍요 속에 자란 우리 아래 세대와 그 아이들,
지금 그 아이들을 보라!
10원짜리 동전은 고사하고 100원짜리 동전도 너무
우습게 안다. 무얼 보고 배웠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들이 잘못 가르쳐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반성을 해야할 숙제가 아닐까?
우리가 젊었을 그 당시 우리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몸도 사리지않고 너무 열심히 일을 했었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를 않았다. IMF 이후 너
나 할 것 없이 직장에서 나이가 많다는 구실을 내세워
내몰리는 수모를 겪었다. 아무 죄없이... 죄라면 너무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 한창 열심히 일을 해야하는
40대 였는데… 정부의 무책임한 경제정책의 실패와
안일한 외환관리로 인하여 죄없는 베이비 부머세대가
나락으로 내몰렸던 그때부터 우리세대의 시간은 남아
돌았고 오 갈 데가 없어서 산으로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심지어 사장을,
임원을, 간부를 했던 사람이라 어디가서 말도 못하고
그저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발벗고
나섰다. 마땅한 일을 찾기란 말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모두들 시름은 날로 깊었다. 그러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전전긍긍하다가
노숙자의 신세로 전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가슴이
아프다 못해서 곪을 대로 곪아 터져 버렸던 그때 그
베이비 부머 세대는 이제 세월이 흐르고 흘러 회갑을
훌쩍 넘긴 60대가 되었다. 한 때는 사장님, 전무님,
상무님, 이사님, 국장님, 부장님이란 직함으로 불리던
그들이 이제는 눈높이를 많이 낮춰 경비원을 비롯해
주차요원, 식당 안내원, 운전기사, 미화원을 하기도
하고 수많은 창업 아이템에 도전하여 성공한 사람도
많은 반면에 실패의 경험을 맛본 사람이 수없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안타깝게 지나온
그 시간, 그 시절의 흔적은 세월이 흐르고 또다시
흘렀어도 우리들의 기억속에 쓰라린 상처로 뚜렷이
남아있다.
이렇게 시간은 멈추지않고 째깍째깍, 세월은 끝없이
물 흐르듯 흘렀고, 계절은 바뀌고 또 바뀌기를 수십번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바로 오늘 2017년 9월 2일에
안착했다.
촌부는 어떻게 이 산골에 흘러들어 자연을 벗 삼아서
노래를 하고 있을까?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남녘
섬마을이 고향이라 늘 바다를 그리워 한다. 아주 어린
나이에 서울로 유학, 청장년 시절을 보내며 열심히
일한 베이비 부머 세대의 중심, 평생을 동경하고
소원하던 자연 속의 삶을 찾아 도시에서 누리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마흔 다섯 나이에 이 산골에 들어왔다.
화려(?)했던 도시생활과는 사뭇 다른 힘든 산골살이
이지만 마음에 다가오는 삶의 만족감은 그 어떤 비싼
금은보화와도 바꿀 수 없는 값지고 보람있는 소중함
그 자체이다. 늘 멈추지않는 시간, 끝없이 흘러가는
세월, 때 되면 저절로 바뀌는 계절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며 배우고 익히며 자연의 품안에 동화되는 삶을
위해서 우리만의 색깔로 순박하게 색칠하는 그런
산골살이를 해보련다.
*풀잎에 맺힌 아침 이슬이 촉촉하다. 아니 꽤 차갑다.
이른 아침 공기는 서늘한 느낌이 든다. 하기사 이젠
기온이 한 자리 숫자로 떨어졌으니 그럴 수 밖에...
어느새 산골은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문턱을 넘어와
있으니 촌부의 마음에도, 촌부의 눈에도 그 모습이
느껴지고 보이는 것이리라. 누구나 다 그럴런지는
모르지만 좋은 계절 가을이 오고있는 것은 반기면서
세월이 흘러가는 것은 아쉬워한다. 서로 반대되는
두 생각이 우리들 마음 속에 존재하고 있는가 보다.
오늘 귀한 손님이 오신다기에 더덕 두 뿌리 캤더니
꽤나 오래 묵었는지 큼직한 것이 나왔다. 아침부터
향긋한 더덕 냄새가 진동을 한다. 무엇으로 요리를
할런지는 아내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