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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70830_3.png : 촌부의 단상-힘들어도 엄청시리 개운하네!IMG_20170830_2.png : 촌부의 단상-힘들어도 엄청시리 개운하네!IMG_20170830_1.png : 촌부의 단상-힘들어도 엄청시리 개운하네![촌부의 단상]
힘들어도 엄청시리 개운하네!

칠석날 밤에 제법 거세게 비가 내려서 걱정을 했었다.
8월은 비가 내린 날이 해가 나온 맑은 날보다 많았고
때문에 여느해보다 풀들이 더 많이 자라나 온사방이
풀밭으로 변해 볼상 사나워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다행히도 비는 그쳤고 아침에 햇살이 고개를
내밀어 반가웠다. 드디어 무성한 잡초를 잡기로 했다.

빗물에 젖은 풀잎에 맺힌 물이 햇볕에 조금 마르기를
기다리면서 예초기 점검을 하였다. 연료인 휘발유를
채우려고 보니 휘발유도, 첨가해야하는 엔진오일도
부족하다. 아뿔사! 이런 영감탱이 정신봐라! 지난번
여름날 예초기 작업을 마치고나서 사다놓는다는 걸
그만 깜박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아랫마을의 주유소에
내려가서 휘발유와 엔진오일을 사가지고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시동이 안걸린다. 이놈의 예초기도 이제는
16년이란 세월을 먹더니 늙은 건가? 이랬다 저랬다
하기를 몇 번... 한참만에 드디어 시동이 걸리긴 했다.
이참에 예초기를 바꿔야 하나? 그래도 정들었니 좀
더 함께 해야겠지?

어라? 시동은 걸렸는데 이번에는 안전모가 안보인다.
찾느라 허둥지둥... 틀림없이 예초기를 놔둔 옆에다가
두었는데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직 기억력은 뚜렷한
촌부인데... 순간 떠오른 생각, 얼마전 막내가 왔을 때
버섯사 해체를 한 생각이 나서 아내에게 막내네 집에
가보라고 전화를 했더니 거기에 있다며 가지고 왔다.
아내가 하는 말이 '당신은 예초기 작업을 하려고 하면
풀을 깎는 시간보다 예초기 붙잡고 씨름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네.'라며 웃었다. 그런가? 정말...ㅎㅎ

예초기 작업은 사실 위험하고 힘든 작업이다. 기계가
구형이라서 꽤 무겁고 돌이 많은 지역이라 잔돌이나
흙이 튀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조심을
하며 작업을 한다. 예정은 통행을 하는 부분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예초기를 짊어지고 보니 일 욕심이 생겨
단지 전체를 하게 되었다. 촌부의 욕심은 끝이 없다.

예초기를 보관해놓았던 카페앞에서 예초기 점검을
했기에 우선 옆에 있는 목공실 주변부터 시작을 하여
가장 통행이 많은 중앙통로 보도블록 틈새에 자라난
잡초를 자르고 양옆 정원과 잔디밭을 깎으며 올라가
장모님댁 부근, 세 자매 집으로 올라오는 길과 돌계단
그리고 집앞을 깔끔하게 깎았다. 이제 기온이 꽤 많이
내려가 지난 여름보다 작업을 하기에는 훨씬 나았다.
그래도 온몸과 앞이 막힌 안전모를 착용한 얼굴에는
땀범벅이 되었다. 아내는 수고한다면서 시원한 물을
중간중간 쉬는 동안에 가져다 주었다. 이럴 때 마시는
물맛은 기가 막힌다. 예초기 작업의 묘미는 작업하며
깎여나가는 풀과 깎아지며 깔끔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느끼는 개운함이 아닌가 싶다.

조금 쉬었으니 그 다음은 밭으로 가는 자작나뭇길을
정리하고 내려가면서 꽤나 긴 정원 사잇길을 깎았다.
그런데 욕심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당초 예정으로는
길만 깎기로 했지만 내친김에 잔디까지 깎아버렸다.
다소 넓은 정원이고 그 중 꽤 많은 부분이 잔디밭이다.
촌부가 오랫동안 잔디를 관리하며 경험을 한 바로는
우리네 한국식 정원에 잔디를 심는 것은 말리고 싶다.
깎으며 내려오다 보니 시작했던 카페앞이다. 또다시
반대쪽 붓꽃길을 따라 깎으며 올라가 자갈 깔아놓은
바베큐장 주변을 깎다가 자그마한 돌이 튀는 바람에
식겁했다. 요즘 바베큐장을 사용하지않았더니 잡초가
자리를 잡고 있으니 원... 모두 일망타진하고 큰 밭에
이르는 오솔길과 양옆을 정리하고 퇴비장으로 올라
가는 길도 말끔히 깎았다.

꽤 오랜 시간 작업했는데 그래도 아직 연료가 남았다.
연료가 다 소진될 때까지 해볼까 하며 예정에 없었던
카페 아랫쪽 펜션주변을 정리했는데 그래도 연료가
남는다. 그렇다면 진입로 따라 내려가면서 깎아볼까
하고 내려가는 길 오른쪽을 깎으며 밑으로 내려갔다.
삼거리를 지나니 연료가 다 소모되어 엔진이 꺼졌다.
작업 끝~!!!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오후 1시반이다.
이제 숙달이 되어서 그런지 그나마 빨리 끝난 것이다.
그동안 이 작업은 거의 이틀은 해야하는 작업인데...
일을 마치고서 나서야 떠오른 생각, 장모님께서 밖에
나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셨는데 기다리시느라 허기가
지셨겠다 싶어 급히 집으로 올라오며 사방을 살폈다.
꽤 힘들고 위험한 작업이긴 했지만 깔끔해진 단지를
걷다보니 마음속까지 개운함이라서 미소가 번졌다.
개운함은 좋지만 손발, 팔, 허리, 어깨, 목이 뻐근하다.
비록 돈은 안되는 작업이지만 깔끔함이 좋아 돈보다
더 소중한 마음이 개운함을 얻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산골살이겠지 하면서...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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