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가을꽃이 피는구나!
그렇게 좋아하여 시도때도 없이 돌아다니던 야생화를
관찰하는 습관도 이제는 자꾸만 뒷북만 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쯤 무슨 꽃이 피었겠네 하고 살펴보면 이미
지고 있고 씨방이 맺혀있다. 뭐가 그리도 바쁘다고 그
좋은 꽃구경도 놓치고 사는 것일까? 산골살이 시작할
무렵부터 생긴 습관이고 버릇이고 취미인데 요즘에는
꽃이 피는지, 꽃이 지는지 관심은 있으되 관찰할 틈이
없다. 야생화 관찰에 정신이 팔리던 때에는 이른 봄날
새싹이 나와 자라고 시기별로 꽃이 피고 늦가을 마른
꽃대에서 씨가 터져 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사진과
함께 기록하여 저장을 하기도 했던 열정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관심은 어디로 보낸 것일까? 다시금 그때
그 열정을 살려 야생화 관찰에 눈을 돌려봐야 할텐데
그럴 여유가 있으려는지 모르겠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일고 있다. 가을이 오는
조짐이 피부로 느껴지고 눈에 보이는 요즘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바로 가을꽃이다. 거의 대부분 가을꽃은
꽃대가 쑤욱 올라와 키가 큰 것이 특징이다. 초봄에는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은 듯이 자그마한 잎사귀만 몇
잎 보이다가 여름을 거치면서 꽃대가 자라 꼭데기에
꽃을 피운다. '미인, 무한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노란꽃의 마타리꽃, 우리가 봄날에 여린 잎을 나물로
먹는 개미취는 '기억, 추억, 먼 곳의 벗을 그리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개미취와 형제인 벌개미취는 '그리움,
청초, 너를 잊지않으리'라는 꽃말을 지녔으며, '추억'
이란 꽃말과 이름이 어색한 듯한 산비장이도 피었다.
산비장이란 이름의 유래는 조선시대 무관 중에 고을
원님을 수행하며 마을을 지키는 '비장'이라는 벼슬이
있었는데 이 비장이 처럼 산을 지키고 있다고 하여서
'산비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키가 거의 3m
가까이 자라서 끝에 앙증맞고 예쁜 꽃이 피며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키다리 인형'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금꿩의 다리도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어제는 음력 7월 7일, 칠석(七夕)이었고 비가 내렸다.
옛부터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칠석날에 내리는 비는
견우, 직녀가 일년에 단 한번 까치와 까마귀가 날개를 펴서 놓은 다리 오작교(烏鵲橋)에서 재회하여 만남의
기쁨으로 흘리는 눈물과 헤어질 때의 슬픔으로 흘리는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전설이기는
하지만 자연현상을 그때그때 시의적절하게 표현했던
옛날 선조들의 재치는 지금의 그 어느 학자, 문장가도
따를 수가 없음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