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어느새 가을이 다가오나 보다.
아직 8월 중순인데 벌써부터 아침.저녁으론 선선한
느낌이 든다. 아침에는 온갖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합창을 하는 듯하고,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 땅거미가
지고나면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산골이다. 이 소리는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예고하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유난스레 기승을 부리며 땀깨나 흘리게 했던 무더운
여름도 이렇게 물러가려는가 보다. 한낮 더위도 한풀
꺾인 듯한데 문제는 너무 자주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니다. 이제는 따뜻한 햇볕에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불어서 곡식과 과일이 잘 익어갈
시기인데 이렇게 연일 비가 추적거리면 농부님들의
마음엔 걱정이 자리하게 될텐데... 지난해 잦은 비로
콩농사를 망친 것처럼 올핸 절대 되풀이 되지않기를
바라는 이 촌부의 간절한 바람이다.
그래도 꽃들은 여름의 막바지에 접어드는 시기임을
아는가 보다. 올해는 해바라기를 잘 키우지 못했다.
작년에는 아주 잘 키웠었는데 위치를 바꿔보았더니
키도 잘 안자라고 꽃도 영 형편이 없다. 그나마 조금
남은 녀석들이 꽃을 피웠으니 겨우 씨앗은 받을 수가
있을 것 같아 다행스럽다. 올해는 해바리기씨를 따서
까먹기는 틀렸으니 '숭배, 기다림'이란 해바리기꽃의
꽃말처럼 몇 송이 핀 꽃을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내년을 기약하며 기다려야겠다.
잔대도 꽃이 피어서 종처럼 생긴 모습으로 자그마한
꽃송이를 잔뜩 매달고 있다. 더덕, 도라지와 비슷한
뿌리를 가졌지만 각기 잎이 다르고 꽃이 다르게 피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고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약용, 식용 식물이면서 꽃이 예쁘고 앙증맞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같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감사, 은혜'라고 하는 꽃말을 가진 고마운 야생초...
꽃이 지고 씨앗이 다 떨어지는 늦가을에 잔대뿌리를
조금 캐서 말려야겠다. 기관지를 비롯한 여러가지의
좋은 효능을 갖고 있으나 특히 여성에게 좋다고 하니
가루를 내어 아내와 함께 물에 타서 먹을까 한다.
봄에 나물로 먹는 참취도 어느새 1m가 넘는 꽃대를
내밀어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요즘 피는 야생화는
대부분 땅바닥에서 겨우 몇cm밖에 안되게 자라다가
꽃이 필 무렵이 되면 사정없이 키가 자라 그 꽃대에
꽃이 피는 특징이 있다. 재미있는 자연현상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번식을 위하여 많은 꽃을 피게 해야만
하고 그 꽃에서 많은 씨앗이 맺혀 퍼뜨려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취꽃은 작은 별이 하얗게
달린 예쁜 모양처럼 수없이 많은 꽃송이가 달려 핀다.
참취꽃의 꽃말은 '이별'이라고 하는데 혹시나 여름과
이별을 하는 시기에 피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