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가을채소 씨앗 파종
입추와 말복이 지나고 나니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서서히 겨울 먹거리 준비를 해야할 시기다.
벌써부터 마음이 바빠지고 있는 촌부이다.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 무엇일까?
봄부터 여름까지 좋은 먹거리를 내주었던
고마운 봄채소 심었던 작은 밭을 정리하여
가을채소로 밭을 채우기 위해 파종을 하는 일이다.
지난번 장에 나가서 씨앗을 사다놓았다.
무우와 총각무우 씨앗을 파종하기 위하여
아내와 함께 채비를 하여 작은 밭으로 나가
우선 정리해놓은 밭의 멀칭 위에 구멍을 뚫었다.
아내는
손에 무우 씨앗, 총각무우 씨앗을 들고
한 구멍에 서너 알씩을 조심조심 정성껏 넣었다.
옛부터 씨앗은 세 알씩 넣는 것이라고 하였다.
왜 세 알씩일까?
"한 알은 땅 속 벌레들을 위해,
한 알은 하늘 나는 새를 위해,
한 알은 수고하는 농부 나를 위해,"
촌부는
아내의 뒤를 따라가면서
모종삽으로 흙을 퍼고 손바닥으로
씨앗 넣은 구멍에다 조심스레 흙을 덮어주었다.
우리가 심은 이 씨앗이 자라는 것은
자연의 뜻에 따라, 하늘의 뜻에 따라 잘 자라겠지?
모든 것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 함이니까.
정성껏 심었으니 땅과 하늘, 자연을 믿고 기다리자.
씨앗을 파종하고 밭을 나오다 뒤돌아보며
산골부부는 이구동성으로 중얼거렸다.
우리의 겨울 먹거리를 위해 잘 자라달라고...
우리의 정성,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리라 믿는다.
아직 빈 밭고랑이 하나 더 남아있다.
김장 배추 모종을 심어야 할 자리이다.
장에서 사올까, 반장님댁에 가볼까 망설이고 있다.
몇 해 실패한 배추농사가 올해는 잘 될까 모르겠다.
*이번 주에는 거의 매일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아마도 가을을 재촉하려는 것인가 보다. 이맘때에
내리는 비는 그다지 반갑지가 않지만 그래도 어제
뿌린 가을 채소 씨앗에게는 좋은 일이다. 비가 내려
발아가 잘 될테니까... 파종시기를 제대로 맞춘 것
아닌가 싶다. 이른 아침 밭에 나가서 혼자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저 밭에 머잖아 귀엽고 예쁜 싹들이
나와서 늦가을까지 촌부와 매일 함께 할테니까...
오늘은 아내와 함께 서울에 잠시 다녀와야겠다.
어제 처남 장인께서 별세하셨다는 부고가 날이들어
문상을 하고 오려고 한다. 남의 일 같지가 않음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