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비우고 나누고 채우고...
비우자!
입추도 지났고
말복도 지나가니
밤공기도 서늘해지고
아침 이슬도 차갑게 느껴진다.
때와 시기는
사람이나 식물이나 마찬가지
봄에 심었던 봄.여름 채소들은
이제 밭에서 자리를 내주어야만 한다.
비운다는 것은
또다른 채움을 위한 순서이며
임무교대의 순간을 위한 과정이기에
물러나는 아쉬움을 달래며 안녕을 고한다.
나누자!
초봄에 싹을 틔워 여름을 거쳐오며
아직까지도 푸르름을 간직한 채소들은
이제 자리를 비워주고 퇴비장으로 자리 옮겨
훗날 퇴비되어 다시 밭으로 오리라 다짐한다.
그 중에 아직은 줄기며 잎파리가
싱싱하고 싱그럽고 튼실한 채소들은
퇴비장으로 보내기에는 너무나 아까워서
필요한 이웃과 조금씩이나마 나누려고 한다.
주어서 보람을 느끼고
받아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밭이 내게 준, 자연이 내게 준
그 고마운 선물의 댓가가 아니겠는가 싶다.
채우자!
비우고 나눈다는 것은
또다른 채움을 위한 밭과 나의 약속이며
비우고 나눈 그 자리를 다시 채우려는 것은
계절의 변화와 함께 하려는 촌부의 실천 의지이다.
이 작은 한 알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잎이 돋고 뿌리를 키우면
또다시 키워준 밭에게 고맙다 할 것이고
자연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거둘 것이다.
그렇게 되는 늦가을이 찾아오면
다시금 촌부는 본래의 초심으로 돌아가
욕심없이 아낌없이 배려하는 마음으로
조금씩이나마 나누는 마음으로 다시 비울 것이다.
*며칠째 오락가락하며 내리던 비가 오늘은 잠잠하다.
동녘에 햇살이 비춰지는 모습, 하늘은 청명한 모습의
파란색이라서 이 아침이 더욱 상쾌한 느낌이 든다.
서늘한 공기는 성큼 가을이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어제 저녁무렵 아내와 함께 작은 밭을 정리하였더니
오늘 아침 작은 밭은 훵한 모습이다. 이제 가을채소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어 다시 밭을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