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효도, 식복, 나눔...
하루 해가 짧게 느껴지지만 기분은 물론 보람은 크다.
살면서 바쁘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해야할 일이 있어
즐거운 것이고, 아울러 기분이 좋고 보람을 느낀다는
것은 나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음이라서 나 또한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한다.
어제 아침에도 그렇더니 오늘도 새벽부터 예보에도
없었던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지금 내리고 있는
비가 연일 내리쬐는 폭염을 잠재웠으면 좋겠는데...
작은 효도(孝道)...
과연 이 일을 효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어제 이른 아침 동이 트기전 잠이 깨어 일을 나갔다.
전날 밤 내린 비에 땅이 촉촉하고 흙이 푹 젖어있어
며칠전 하다가 둔 허브 Thyme을 옮겨 심는 작업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씨 조건이다. 이슬비 내리거나
가랑비가 내려도 좋겠지만 그건 촌부 바람일 뿐이고
안개가 자욱하고 비에 젖어 물방울이 맺힌 상태라서
일을 하기엔 제대로였다. 요즘같은 폭염의 날씨에는
식물을 그대로 옮겨 심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안하는
것보다 못함이 될 수 있으니까. 허브밭의 Thyme을
적당한 크기로 분을 뜨듯 흙이 붙은 그 상태 그대로
파서 손수레에 옮겨싣고 나르기를 몇번이나 했을까?
집에서 나갈때는 선선한 느낌이었는데 삽질을 하고
손수레를 밀고 오르막을 오르내리다가 보니 온몸은
땀범벅이 되었다. 아침이 밝아와서 햇볕이 강해지게
되면 이 일을 못한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움직이다가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 옮겨심고 나서 가에다
작은 펜스처럼 만들어 보았더니 더 한층 보기가 좋다.
장모님께서 아침에 바깥에 나오셔서 보시고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효도가 뭐 따로 있나? 이게 효도지!
많은 식복(食福)...
장모님께서는 앞뜨락 꾸몄다고 맛있는 밥을 사셨고,
막내처제는 장에 나갔다가 요즘 형부가 단지관리며
텃밭농사를 짓느라 고생많다며 술한잔을 하라면서
안주거리를 사가지고 와서 아주 맛나게 요리를 했다.
순대 막창볶음, 뼈없는 닭발볶음인데 소주 안주로는
제격이고 제대로다. 누가 듣거나 보게 되면 촌부더러
술꾼이라고 하겠지? 하지만 촌부는 즐기기는 하지만
반병 정도라서 그렇게 많은 양의 주량은 결코 아니다.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조금 많이 마시기는 하지만...
그러고 보니 요며칠 연일(連日) 연주(連酒)였구나!
조카 딸내미와 소맥(燒麥) 몇잔 했었고, 그제 저녁엔
큰처남 모시고 막내동서와 셋이 봉평에 나가 맛있는
저녁을 하면서 즐겁게 소주 한병을 마셨으니 이러다
정말 술꾼이 되겠는걸.ㅎㅎ 그나저나 요즘 이래저래
먹을 복이 터진 촌부는 입이 즐겁고 기분은 더 좋고
산골살이를 하는 맛이 나는구나 싶다.
나눔의 즐거움...
더위를 피해 며칠 다니러 왔던 막내네가 오늘 간단다.
어제 저녁무렵 밭에 나가서 함께 방울토마토, 풋고추,
들깻잎, 오이, 호박을 땄다. 뭐 한가지라도 더 챙겨서
보내고 싶은데 이런 푸성귀들 밖에 없으니 좀 그렇다.
그래도 이런 것이라도 나눌 수가 있음이라 다행이다.
아내도 오늘 두어달만에 원주에서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간다기에 딱히 가지고 갈 것이 마땅치가 않아서
방울토마토를 따서 조금씩 나눠먹자고 보낼까 한다.
촌부야 자주 나가지는 못하여도 모임이 꽤나 많지만
아내에게는 모임이 그리 많지않다. 고향친구 모임과
오늘 가는 이 모임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
늘 두군데의 모임에 가는 날에는 설레이는 모습이다.
농사라도 크게 짓는다면 몰라도 겨우 텃밭농사라서
고작 방울토마토 조금 보내는 마음이라 친구분들께
죄송할 따름이다. 도시의 열대야를 피해 열대야없는
산골집에 와서 한이틀 쉬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촌부의 마음이고 다들 바쁜 일상이시라서
그러지 못함이라 아쉽다. 그래도 멀리 사는 친구를
생각하여 원주까지 와서 모임을 갖는 것이 감사하고
친구를 배려하는 고운 마음씨를 가진 분들이라서 늘
고마운 마음이다. 친구들 모임이 산골아낙 활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니 실컷 수다 떨고 오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