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하찮은 경험에서 얻는 교훈...
하나, 밭 정리
이제 밭작물들의 임무교대 시간이 임박했다.
그래서 그 준비를 서서히 시작하기로 하였다.
이른 봄에 파종하여 이 여름에 이르기까지 잘 자라서
우리 산골 식구들에게 좋은 먹거리가 되어 준 채소들,
이젠 그 임무를 다하고 밭에서 퇴진을 해야할 시기다.
잎이 마르고 줄기가 진무른 브로콜리, 콜라비, 케일,
쑥갓을 밭에서 걷어냈다. 그리고 머잖아 꽃대가 오른
상추도 이 밭에서 사라질 것이다. 올해는 여느해와는
달리 장마철이 끝났음에도 아직 밭에 상추가 자리를
잡고 있다. 봄에 심은 상추의 수명은 거의 장마철이
지나면 그 한계에 다다른다. 그런데 올해는 나름대로
관리를 잘하여 그런지 지금껏 싱싱한 상추를 밭에서
뜯어다 먹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모르겠다.
요즘 상추는 고깃값보다 비싸다고 하여 '금추'라는데
우리는 그 금추를 아직까지 밥상 위에 올려 푸짐하게
먹을 수가 있으니 이 또한 산골살이의 특혜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이 금추라는 상추도 앞으로 일주일쯤
지나면 그 자리를 내주고 내년 봄을 기약해야만한다.
가을 채소들과 임무교대를 해야 하니까...
둘, 장작집 붕괴
지난 가을 장작용 통나무와 잔가지를 잘라 차곡차곡
장작집에 쌓아놓았다. 쌓을 때부터 불안하다 싶었다.
그러나 이미 자른 순서대로 쌓아놓은 것이라서 다시
허물고 쌓기는 싫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불안불안
하더니 결국 어제 저녁무렵에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약간 경사가 진 곳이라 앞쪽 바닥을 조금 높인다고는
했지만 겨울과 봄을 지나 이 여름까지 오면서 지면이
조금씩 내려앉았거나 아니면 애당초 통이 큰 나무를
밑에다 쌓고 통이 작거나 잔가지 나무는 위에 쌓아야
했는데 자른 순서대로 쌓다보니 아마도 밑에다 쌓은
나무가 위에 쌓은 나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일, 저 일 할 일 많은 촌부인데
느닷없는 일이 또하나 생기고 말았네. 이미 예견 된
일이긴 하지만 저 많은 통나무를 다시 정리하여 다시
쌓으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텐데... 하찮은 경험이지만
장작집 붕괴가 촌부에게 주는 교훈은 크게 다가온다.
모든 것은 기초가 튼튼해야만 하고, 모든 일에는 일을
하는 순서가 있으며, 또한 그 순서를 지켜야만 뒷탈이
없음이라는 것을... 시행착오를 겪은 후, 뒤늦게라도
깨달았으니 다음에는 이런 실수가 없도록 해야겠다.
사는 자체가 시행착오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