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줄콩을 보면 어머님 생각이...
이제 장마가 물러갔는가 했더니 주말쯤 다시 북상해
비를 뿌릴 것이란다. 쓸데도 없는 바람일뿐이겠지만
이제 촌부가 사는 산골에는 충분히 내려주어 더 이상
비가 안와도 되는데... 좀 어리석은 생각이긴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하늘은 공평하지가 못한 것 같아서
불만이고 불평을 해본다. 촌부가 그래본들 소용이야
있을까마는 그저 많이도 말고 적게도 말고 고루고루
비피해없을 만큼씩만 내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어제 이른 아침 장맛비가 부슬거렸지만 우의를 입고
밭에 나가 살피다보니 장맛비에 고추가 부쩍 자랐다.
키는 쑥쑥 자라고 열매인 고추는 주렁주렁 달려있다.
저러다가 거센 바람이라도 불게 되면 꺾일지도 몰라
끈을 한 줄 더 묶어야 되겠다 싶어 부랴부랴 집으로
와 고추끈이 든 배낭을 메고 나갔다. 고추끈 묶는데
무슨 배낭이냐고? 조카 딸내미가 고등학교 다닐 때
쓰고 졸업후 버리려던 것을 가져다 재활용을 잘하고
있다. 고추끈을 넣고 메고 다니며 조금씩 뽑아 쓰면
아주 간편하게 묶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 묶어갈
무렵 아내가 나오더니 비타민 보충을 위해 쌈장에
찍어먹을 풋고추 몇 개만 따오란다. 아내는 안 매운
풋고추, 촌부는 땡초라 부르는 매운 청양고추...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니 내리던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나왔지만 비온 뒤라서 그런지 엄청 강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일은 해야지 하고 다시 밭으로 나갔다. 이런?
줄콩 덩굴이 타고 올라가도록 만들어 세운 지지대가
한군데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지난 봄날에 너무
급히 만들어 세우느라 가는 나뭇가지를 사용했더니
줄콩이 자라면서 무성해진 덩굴과 잎사귀의 무게를
못이기고 그만 주저앉은 것이다. 이대로 두면 줄콩
농사를 망친다. 굵은 나무를 준비해 두 군데에다가
받침대를 세우느라 땀을 꽤나 흘렸다. 줄콩의 덩굴이
상하지않게 해야 하는 작업이고 그 무게 또한 어찌나
무거운지 장난이 아니었다. 겨우겨우 작업을 마무리
하고 혹시나 하여 더 살폈지만 더 이상 문제는 없다.
이 호랑이무늬 줄콩을 보면 어머님 생각이 떠오른다.
5년전인가? 서울에 사시던 어머님께서 줄콩 씨앗을
구해다가 주시며 심어보라고 하셔서 지금껏 기르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 어머님은 경기도 파주 부근에
갔다가 하도 줄콩 덩굴이 줄을 타고 올라가며 꽃도
피고 콩도 열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그 집에다가
부탁을 해두었다가 가을에 씨앗을 얻었다고 하셨다.
그런 줄콩이 어머님 손에 들려 멀리 이곳 산골까지
와서 지금 이렇게 해마다 자라고 있는 것인데... 이제
어머님은 당신이 가져다 주어 잘 자라고 있는 줄콩을
보실 수가 없으니... 줄콩을 바라보는 촌부의 마음이
짠하다. 올해도 줄콩농사가 잘 되는 모습을 하늘에서
보고 계시겠지? '어무이! 농사 잘 되게 해주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