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욕심을 버리자!' 했는데...
거름을 뿌려놓은 밭을 보면서 하는 생각,
올해는 무얼 어떻게 얼마나 심어봐야할까?
해마다 고심을 해봐야 늘 그게 그것인데...
그래도 또 똑같은 생각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생각없이 무작정 아무거나 심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 한편 위험을 자초하긴 싫다.
작년에는 야심차게 도전했던 콩농사를 망쳤다.
잘 자라던 콩밭을 습격한 고라니 피해도 있었지만
열매가 맺히고 익어갈 무렵에 잦은 비로 인하여
습한 기후 탓에 아마도 기후적인 영향이 더 컸다.
가을날 밭에서 콩대를 베고 말리느라 힘들었고
혹시나 하고 말린 콩대를 열심히 타작을 했는데
수확이라고 할 수도 없는 콩을 보고 실망을 했다.
그래서 올해는 또 콩을 심을까 말까 고민을 한다.
촌부의 알량한 농사실력으로 딱히 뭘 심겠는가?
늘 심는 채소들이나 몇종류를 더 보태서 심던가
아님 다양한 콩종류보다 메주콩이나 심을까 싶다.
게으름뱅이 촌부라 손이 많이 가는 것은 피하고...
그러고보니 욕심을 버리자 했는데 이러쿵저러쿵
다시 이런저런 과욕을 부리고 있는 촌부이구나.
언젠가 어느 스님께서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이런
법문을 말씀하셨는데 그 출처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화엄경에 나오는 것이다 아니다, 옛날 어느 스님이
하신 법문이다 아니다라고... 이 촌부야 그 출처가
어디든간에 좋은 말이고 글이라서 메모를 해두었다.
욕심을 버리자라고 하다보니 문득 생각이 나서 오늘
촌부의 일기에 담아본다.
수목등도화 사재능결과(樹木等到花 謝才能結果)
강수류도사 강재능입해(江水流到舍 江才能入海)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꽃이 만발하여 봄이 한창인 산골의 아침은 상쾌하다.
그렇지만 지금 싹이 트고 꽃을 피워 뽐내는 식물들은
촌부와는 다른 생각일게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
아침도 영하의 기온에 찬서리가 하얗게 내렸기 때문...
다른 고장의 지인들은 촌부의 일기를 보고 믿기지가
않는다고들 하지만 이곳 산골의 기후는 17년째 살고
있는 이 촌부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