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비가 그치고 난 후에...
어제는 봄비가 꽤나 거세게 내렸다. 봄비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 아닌가 싶다. 봄을 한층 더 성글게
하고 식물들에게는 좋은 단비가 아니었나 싶다.
비가 그친 늦은 오후 산골의 하늘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모습이었다. 파아란 하늘에 뭉개구름
둥실 떠있는 동쪽과 남쪽은 그야말로 마음속까지
시원하고 환해지는 느낌이었으나 서쪽과 북쪽의
하늘은 비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어서 답답하기
까지 하였다. 마치 요즘 촌부의 마음과도 같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며칠째 몸이 불편하여 밥을
제대로 못먹어 기운이 없었던 아내가 어제 점심
부터 조금씩 먹기 시작하여 차츰 기운을 차리고
있는 것이다. 비가 그치고 파아란 하늘에 햇살이
고개를 내밀듯이 아내는 이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훌훌 털고 본래의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비가 그치고 난 다음 날이라 축축해져서 그런지
오늘 아침은 서리 대신 자욱한 안개와 보석같은
물방울이 맺힌 모습과 함께 하루를 시작해본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것이 산골의 봄이라지만
불과 하루사이에 꽃들이 피고 새싹들은 자라나
연녹색 잎이 싱그럽게 돋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마 다른 고장에서는 모두 다 지고 없을테지만
늦게 봄을 맞이한 산골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이제서야 피기 시작하였다. 한동안 피고지고를
반복할 제비꽃도 보이기 시작하고 앞뜨락에 있는
홑잎나무도 연하디연한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며칠만 더 기다리면 홑잎을 따다가 데쳐서 나물로
먹고, '구증구포(九蒸九曝)'로 덖어서 차로도 마실
수가 있을 것 같다. 다래덩굴에 매달린 물방울과
초록이 더한층 싱그러워 보이는 명이나물 잎위에
금방이라도 구를 듯이 맺혀있는 물방울은 자연이
만들어 낸 보석같은 멋진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
이렇게 오늘은 촉촉하지만 풋풋하고 싱그럽게
아침을 맞이하며 하루를 여는 촌부, 기분좋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