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정월 대보름날에...
정월 대보름날이다.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바로
찬물로 세수를 하고난 후에 맨손으로 김 한장에다
오곡밥을 싸서 복쌈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나서
부럼으로 땅콩을 껍질째 깨물어서 집바깥에 내다
던졌다. 도시에 있는 아들몫까지 깨물어야 한다고
엄명을 내린 마나님의 분부도 잊지않고 이행했다.
이런것이 완전한 건 아니지만 정월 대보름 풍습을
나름대로 흉내를 내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이런 풍습도 우리들 세대가 마지막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옛날에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명절이라고 했었던 기억이 새삼 머리에 스친다.
대보름 전날 저녁에는 쌀, 팥, 콩, 조, 수수를 넣어
오곡밥을 짓는다. 세 집 이상 남의 집 밥을 먹어야
운이 좋다고 해 이웃 간에 오곡밥을 나눠 먹는다.
묵은 나물로 반찬해 먹는 것은 겨울 동안 없어진
입맛을 되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풍습이다. 특유의
씹는 맛이 있어 고기 없이도 고기를 먹는 것 같고,
영양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이 대보름 절식을
먹으면 그해 여름은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아내는 주로 우리가 밭에서 기르고, 산에서 채취한
것으로 대보름 나물을 준비하였다. 시래기, 무우,
시금치, 콩나물, 취나물, 냉이, 질경이, 고사리...
또한 다섯가지 잡곡으로 오곡밥을 맛있게 지었다.
장모님께 먼저 갖다드리고, 때마침 날자를 맞춰서
집에 다니러온 막내네에게 오곡밥과 보름 나물을
나눠주었다. 대보름 음식을 온식구가 함께 먹게
되어 다행이구나 싶고 정성껏 준비하느라 수고한
아내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요즘은 점점 잊혀지고 사라지고 간소화되고 있는
그 옛날의 정월 대보름 풍속들이 그립고 아쉽다.
그나마 남은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묵은 나물을
비롯한 9가지 나물과 오곡밥 먹기, 부럼 깨물기가
다 인듯 싶다.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있다면 쥐불놀이와
달집태우기가 있으며, 달집연날리기. 고싸움놀이.
풍등날리기.척사놀이 등은 요즘에는 흔히 보기는
좀 어려운 풍습이 아닌가 싶다.
정월 대보름 풍습 중에 '더위팔기'라는 것이 가장
최근까지도 전해져 오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또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듯하다. 한자어로
‘賣暑(매서)’ 라고 하는 이 풍습은 재미도 있었다.
옛날 어릴적 정월 대보름날이면 먼저 본 사람이
이름을 불렀고 아무런 생각없이 대답을 하게 되면
“아무개야! 내 더우 니가 다 가져가거래이~”라고
했다. 그러면 무심코 대답을 한 사람은 약이 올라
또다른 사람을 찾아서 그대로 더위를 팔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이런 정월 대보름 세시풍습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정월 대보름날인 오늘 아침은 기온 영하 19도로
수은주가 곤두박질을 하여서 엄청스럽게도 춥다.
이 한파는 다음주 중반까지 이어진다는 예보다.
촌부의 고향이 따뜻한 고장 남해인데 남쪽지방의
지인들은 상상도 못하는 혹한이라면서 그 추운
곳에서 어떻게 사느냐고들 한다. 그렇지만 촌부는
공기좋고 물맑고 산좋고 인심좋은 이 산골에서
17년째 살고있다.
여장하고 밥얻어 먹기
볏집을 논 가운데 쌓고 쥐불놀이
윷놀이 스컹크등 놀이가 많았지
갈수록 삭막해져... 다 우리 탓이지
과한건 못한것과 다름아니다
산은 산에 물은 물에
뭔 설명이 더 필요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