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간만에 해본 설거지, 아내의 수고...
모처럼 아내와 단둘이서 얼마전에 먹다가 남겨둔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아내는 고기보다 묵은지를
더 좋아해서 함께 구웠더니 아주 맛있게 먹었는데
저녁을 먹다가 말고 갑작스레 어지럽다고 하였다.
밥을 다 먹기도 전인데... 이유를 몰라 덜컥 걱정이
되었고 잠시 소파에 눕히고 나서 아무래도 급체가
아닌가 싶어 소화제를 챙겨 먹였다. 이마와 뺨에
손바닥을 대보고 손을 만져보았지만 평상시처럼
괜찮다. 그런데 양말을 신고 있었고 담요까지 푹
덮었는데 발이 엄청 시리다하여 손을 비펴서 발을
문질러 주었다. 좀 괜찮은 것 같다며 어서 먹다가
만 밥을 마저 먹어라했는데 혼자 먹으려니 기분은
영 아니지만 먹어야지 어쩌겠는가 싶어 꾸역꾸역
먹었다. 그리고 나서 간만에 설거지를 하였는데
아내는 놔두라고 성화였지만 얼마되지도 않아서
괜찮으니 걱정일랑 하지마라며 마무리를 하였다.
설거지를 하며 떠오른 생각... 아내가 매일 하는
일인데 촌부는 일년에 몇번이나 도와주었을까?
한참 지난뒤에 밥을 다 못먹었으니 딸기라도 먹게
하면 어떨까 싶어서 손질을 해서 갖다가 주었는데
속이 안좋아 못먹겠다고 촌부더러 먹어라 했지만
도저히 혼자 먹는다는 것은 도리가 아닌것 같아서
그냥 주방에 다시 갖다놓고 말았다.
아침에 일을 하러 집을 나서면서 밤새 내린 눈이
그다지 많지않으니 아픈 몸으로 치울 생각은 절대
하지말라고 하였는데 좀 괜찮아서 눈을 치웠다고
했다. 아마도 남편인 촌부가 바깥일을 하고 와서
제설작업을 하면 힘들것 같아서 그랬을 것이다.
고맙긴 했지만 전화로 그 말을 들었을 때 촌부는
한마디할까 하다가 꾹 참았다. 기껏 힘든 몸으로
남편을 위해서 제설작업을 했는데 뭐라고 그러면
더 아프지않을까 싶었고 또 마음이 상해 토라지면
뒷감당을 못하게 되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그냥
놔두지! 수고했네."라는 말로 대신하였다. 저녁때
집에 올라오다보니 오르막길은 훤하고, 주차장도
깔끔하고, 중앙통로는 물론이고 아우네 올라가는
돌계단까지 시원하게 치워놓았다. 치우느라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텐데 불편한 몸으로 고생을 한
아내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아내의
등을 토닥거려주고 꼬옥 안아주었다.
오늘은 꽤나 춥다. 기온이 어제보다 10도 이상은
더 내려가 영하 18도를 기록했다. 입춘이 지나도
산골은 여전히 겨울 한복판이다. 이런 날씨를 뭐
어제 오늘 겪는 것도 아니라서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그래도 다른 계절에 비해서 겨울은 워낙
산골살이에서 힘들게 하는지라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거의 반년에 가까운
산골의 겨울인데 이 계절과는 별로 친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렇다. 조금씩 기온이 올라갔으면 싶다.
오늘은 봉평 5일장날이다. 간만에 장모님 모시고
아내와 함께 나가 다가오는 며칠후 정월 대보름에
부럼으로 먹을 견과류 몇가지 사가지고 와야겠다.
사람사는 정이 어디 카트라인있는것두 아니구
설거지던 뭐던 무슨 문제인가
이제부턴 써바이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