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산골살이 소소한 미담(美談)...
오늘 아침은 또다시 한파가 몰려와서 매우 춥다.
아침 6시 수은주는 영하 21도를 가르키고 있다.
모레 토요일이 立春이니 이제 한파도 물러가야
할 시기가 되어간다. 아마도 최후의 발악을 하는
추위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 산골의 추위는
촌부의 바람처럼 그렇게 쉽게 물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산골의 겨울은 여느 고장에 비해서 아주
길고 질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추운날 며칠전의
따스했던 이야기로 오늘 하루를 시작해본다.
설 하루 전날에 마을을 돌면서 몇집을 다녀왔다.
아들녀석이 이웃들과 함께 나누라면서 보내온
선물을 나눠드리고 인사를 하려고 다닌 것이다.
마음같아서는 이집저집 다 드리고 싶지만 그럴
양이 아니라서 평소에 도움을 많이 받은 몇집에
전해드렸다. 뭐 그리 값이 나가는 것도 아니지만
값이나 양보다 마음을 전한다는 생각으로 다녔다.
가지고 간 선물에 비해 더 크고 더 값지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훈훈한 정, 따뜻한 마음을 받았다.
우선 이곳에 와 지금껏 고마운 어르신으로 모시는
반장님댁에 들렸다. 요즘에 조금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들리지를 못했더니 어째서 이렇게 오랜만에
왔냐며 노부부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가지고 간
선물만 드리고 오려고 했더니 두분은 그냥 이렇게
선 걸음으로 가면 서운해서 안된다고 하시며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가자고 하셨다. 앉아 반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사모님은 어느새 주방으로
들어가셔서 술상을 뚝딱 봐가지고 오셨다. 그동안
일이 있어 들리면 한잔하고 가라고 하셨지만 일을
핑계로 그냥 오곤했더니 서운하셨던 모양이었다.
다른데 갈데가 있으니 조금만 마시겠다고 했더니
무슨 이야기냐며 놀다가 가라고 하시며 술을 권해
서너잔 마시고 일어났더니 다음엔 각 1병은 해야
한다며 웃으셨다. 그러겠다고 하며 인사를 하고서
나오려는데 또 사모님이 안 보이셨다. 창고방에서
손수 길러서 수확한 옥수수로 튀긴 일명 뻥튀기를
한자루 들고 나오시며 줄 것이 이것밖에 없다시며
주시는 것이 아닌가.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왔다.
다음은 정말 신세를 많이 지고 사는 마을아우네...
봄날 밭갈이와 로타리치기부터 가끔씩 나무베기,
장작자르는 일을 도와주며 수확철에는 옥수수며
감자, 고추, 브로콜리같은 농산물을 얻어다 먹곤
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산골살이 조언도 해주는
고마운 아우 부부이다. 명절 전날 들렸더니 한창
식구들이 만두를 빚고 있었다. 때마다 뭘 이런걸
가지고 오냐면서 금방 끓일테니 만두국을 한그릇
먹고 가라고 했다. 여러번 얻어 먹어봐서 맛있는
줄은 아는데 명절음식을 명절도 쇠기전 객식구가
염치없이 먹기도 그래서 설을 지내고 들려 먹겠다
하고 나왔었는데 설날 저녁무렵 제수씨를 밖에서
만나 차를 태워 드렸더니 만두국을 먹고 가라고
하여 못이기는 척하고 들어가 아우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반주로 담근 도라지술까지 몇잔 곁들여...
또 다른집은 같은 마을이지만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을형님댁인데 형수님께서 해마다
각종 채소와 꽃모종을 주셔서 늘 감사한 댁이다.
가끔씩 갈 때마다 고마운 마음에 그냥 갈 수 없어
음료수같은 것을 사가지고 가곤 하는데 명절이라
마침 아들녀석이 보내온 것을 하나 갖다 드렸다.
또 뭘 가지고 왔냐며 다음부터는 제발 그냥 들려
놀다가라시며 성화였다. 다음엔 그러겠다고 하고
나오려는데 맨입에 그냥 가면 서운해서 안된다고
하시며 커피라도 한잔하고 가야된다며 굳이 집에
들어오라 하셔서 들어가 타주시는 봉다리 커피에
설탕을 추가한 시골식(?)으로 한잔하였다. 조금
기다렸다가 형님이 오시면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술이라도 한잔하고 가라시는데 다음에 오마하고
나왔더니 연신 고맙다고 하시며 따라 나오셨다.
별 것도 아닌데 고마워 하시는 마음에 오히려 더
촌부가 죄송스럽기까지 하였다.
설 전날 늦은 오후 아내와 함께 오래전 여기와서
사귄 옆마을 지인집에 다녀왔다. 자세히 말하면
그 집 아들이 조카딸내미와 초등학교 동창이라서
알게 된 집이다. 서로 내왕하며 친하게 지냈으나
몇해전 불의의 사고로 아이 아빠가 세상을 떠나서
요즘은 자주 못만났다. 상을 당하였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여 문상도 못한 것이 늘 안타까웠다.
언젠가 우연히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아이 엄마를
만났는데 아내와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던 것이
생각났는지 아내가 그 집에 한번 다녀오자고 하여
아들녀석이 보내온 것을 하나 들고 갔더니 얼마나
반가워 하시는지. 한창 차례음식을 준비하고 있어
차한잔을 나누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많이 밝아지신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구나 싶다.
작지 않음을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