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돌쇠야! 장작 좀 빠개라!
아침부터 날씨가 한겨울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할
정도로 따뜻해서 좋았다. 마치 화창한 봄날처럼...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먹듯이 장작집에서 장작을
매일 꺼내서 난롯불을 지피다보니 데크에다 가득
쌓아놓았던 장작이 거의 바닥이 드러났다. 아직은
현관앞 데크에 잔뜩 쌓아놓은 장작더미가 있지만
그 장작더미는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나 엄청나게
추운 날에 쓸 여분으로 준비한 비상용 땔감이라서
지금부터 헐어 쓰기에는 좀 시기가 조금 이르다.
그렇다면 얼마전에 굵은 통나무를 잘라놓은 것을
도끼로 패야 했다. 그렇잖아도 해야하는데 하면서
다른 일이 자꾸 생겨 차일피일 미루어 두었었다.
'이봐라! 돌쇠야! 장작 좀 빠개라!'
'마님! 오늘은 마을 대동회에 가야 하는데...'
'그래. 그럼 가기전에 좀 하고 갔다와서 하거라!'
'알겠습니다요. 마님~'
돌쇠가 된 촌부 어제 아침나절 토막으로 잘라놓은
통나무 더미의 비닐천막을 걷고 나무토막을 꺼내
도끼로 장작패기를 시작했다. 워낙에 통이 굵어서
도끼만으로 쪼개지지를 않는다. 큰 망치(해머)를
사용해서 통나무를 쪼개는 수 밖에 도리가 없다.
굵은 나무는 우선 도끼로 세게 내리찍어놓은 다음
망치로 힘차게 도끼머리를 때리면 쫙~ 갈라지게
된다. 그 소리가 재미있다. 반쪽으로 갈라진 굵은
나무는 그 다음부터 원하는대로 쪼갤 수가 있다.
오전에 한시간반 정도 하고난 후 마을에 내려가서
대동회에 참석해 점심식사를 하자마자 올라왔다.
마을운영 일년을 결산하고 주민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는 행사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식사후 여흥은
참석하지않고 그냥 올라왔더니 마님이신 아내가
장작을 나르다말고 왠일로 이렇게 빨리 왔냐고...
일하다 말고 갔으니 빨리 왔다고 했더니 좋단다.
마을에 내려가면 거의 대부분 거나하게 취해 올라
오기가 일쑤인데 맹숭맹숭한 모습으로 올라와서
의아했나보다. 일을 하다말고 갔으니까 술을 많이
마실 수가 있겠냐고 했더니 이제 철이 좀 드는 것
같다나 뭐라나. 회갑이 넘은 사람보고 철이라니...
마을 대동회 뒷풀이 여흥은 머리속에서 싹 지우고
오후에 세시간 정도 장작패기를 뻘뻘 땀을 흘리며
열심히 하였으나 예정한 만큼은 못했다. 그렇지만
한동안은 장작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만큼 해놓아
다행이다. 나머지는 시나브로 쪼개면 될 것이라서
걱정없다. 게으름뱅이 촌부의 여유라고나 할까?
꽤나 많이 패놓은 장작을 데크로 나르는 일을 한
아내도 무척 힘들었을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쌓아놓은 장작을 보면서 마냥 싱글벙글 좋아하며
흐믓해했다. 마치 부자가 된 기분이라나...
*오늘은 24절기의 스물두 번째 절기 동지(冬至)
이다. 일년 중에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며, 전해 내려오는 풍습으로는 동지팥죽을
쑤어 먹는다.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하여 작은 설이라고 하며 동짓날에는
동지팥죽 또는 동지두죽(冬至豆粥), 동지시식
(冬 至時食)이라는 오랜 풍습이 전해오고 있다.
팥을 푹 고아 죽을 만들고 찹쌀로 새알심이라고
하는 단자(團子)를 만들어 넣고 팥죽을 끓인다.
동짓날의 팥죽은 시절식(時節食)의 하나이면서
신앙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즉, 팥죽에는 악귀를
몰아내는 기능이 있다고 믿어서 팥죽을 집안의
여러곳에 놓아두거나 뿌렸다. 촌부가 어릴때만
해도 할머니께서 집안의 구석구석에다 팥죽을
놓아두거나 뿌리시던 기억이 있지만 요즘에는
이런 풍습은 거의 보기가 싶지않아 사라져가는
풍습이 아닌가 싶다. 동짓날인데 기온은 그다지
많이 내려가지는 않은 영하 5도로 시작을 한다.
저녁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해 내일까지 오고
이어서 모레는 눈으로 변한다는 예보인데...
대동회땐 머슴들 노는날여
유세경데이
뽀가네 팬션이 바글거려야 하는데
장작 뽀개주고 몇푼 받구
머슴살이나 하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