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숲에게 감사를...
거의 매일 아침마다 산을 오르다가 요즘은 날씨가
춥고 게으름뱅이가 되어서 아침 산행을 띄엄띄엄
하다가 말다가 한다. 일어나는 시간은 한결같은데
동절기에는 일어나는 그 시각 동이 트기전이라서
더 그렇다. 요즘은 날이 차가워 아침 산행 대신에
난로에 장작불을 지피는 것이 하루일과 시작이다.
그래도 마음만은 늘 산행을 해야만 하는데 한다.
지붕위에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땅에는 서리발이
서걱서걱 거리고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초겨울의
날씨가 촌부의 발목을 붙잡는다. 사실은 아침마다
하던 산행을 못한 이유는 날씨 핑계대는 것보다는
촌부의 게으른 마음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이제
촌부도 그만큼 나이를 먹고 의지가 다소 약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용기를 내자고 다짐을 해본다.
먼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산에 오를 땐 습관처럼
배낭을 짊어지고 나선다. 배낭에는 비닐봉투와
자그마한 괭이, 예비용 목장갑 한켤레, 물 한병이
전부지만... 늘 신던 장화를 신고 나섰더니 발이
시렵고 사그라진 풀위에 서리가 내려서 미끄럽다.
이제는 방한화를 신어야겠다. 아무도 오가는 이가
없는 산에는 촌부만 다니는 길이 아닌 길이 있다.
그래도 그 시각 지저귀며 촌부를 반겨주는 산새들
소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녀석들이 촌부의 친구...
그리 먼거리는 아니지만 혼자 터벅터벅 걷다보니
잣나무숲을 지난다. 불과 얼마전까지는 거의 매일
잣송이를 줍느라 이 숲을 하루에도 두어번씩 오곤
했다. 습관이 되어 두눈을 크게 부릅뜨고 사방을
둘러보니 저만치 잣송이가 보인다. 한개라면 그냥
두려고 했는데 군데군데 잣송이가 풀섶에 떨어져
있으니 견물생심이 발동하여 줍기 시작한다. 금새
배낭에서 꺼낸 비닐봉투 가득이다. 마치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랄까? 올해는 잣이 풍년이라 꽤 많은
잣송이를 주웠다. 아마 300kg은 족히 되지않을까
싶다. 처음 잣송이를 읍내 수집상에 내다 팔기도
하였으며 끝물에 주워온 것은 까서 우리가 먹을
예정이다. 산을 내려오며 잣나무들로 군락을 이룬
숲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였다.
※어제 늦은 오후부터 내리는 궂은 비는 아침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지금 내리는 비는 그렇게
반갑지가 않은 비인데 겨울을 재촉하는가 보다.
다행히 기온은 많이 떨어지지않은 영상 2도이다.
아마도 이 비는 어제 세상을 등진 절친한 선배님
눈물이 아닌가 싶어 촌부 마음이 짠하고 슬프다.
어제 저녁무렵에 아주 슬픈 소식이 전해왔다.
25년을 같은 직장에서 동고동락했던 형님께서
우리곁을 떠나셨다는 부고가 온 것이다. 작년에
형님의 아들 결혼식에서 뵌 것이 마지막이 되고
말았으니 황망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렇잖아도
서울에 가면 뵈야지 했었는데 죄송할 따름이다.
형님과 함께 했었던 수많은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는데 이제는 형님을 이제 뵐수가 없다니...
형님과 함께 찍었던 빛바랜 사진을 보며 생전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길용이 형님!
부디 고통없는 곳에서 편안히 영면하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ㄴㅁㅈㅈㅂㅅㅁㅎ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