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가을도 막바지인가?
어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첫얼음이 얼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가을비가
추적거리고 있다. 그 빗소리가 꽤나 요란스럽다.
아마도 이제는 짧은 가을을 스쳐지나 가고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아닌가 싶다. 반갑지가 않은 비다.
어느새 벚나무와 자작나무, 계수나무, 팥배나무는
단풍이 졌던 잎파리를 모두 떨구어서 벌거숭이가
된 채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어서 쓸쓸하고 외로운
모습으로 우두커니 비를 맞고 서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있던 나뭇잎마저 지금
내리고 있는 짖궂은 비에 모두 떨어지게 생겼다.
저멀리 먼산에도 울긋불긋 만산만홍으로 물들어
있어 보기가 좋았는데 오늘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또다른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겠지? 훵한 모습이...
어제 오후 아내가 둘째네 주려고 밭에 남겨두었던
총각무우를 모두 뽑아 가지런히 손질을 해놓았다.
택배로 보내야 하기에 혹시나 가는 도중에 무우가
상할까봐 칼을 대고 손질을 하지는 않아도 꼼꼼히
묻은 흙을 털어내고 진잎을 가려내어 가지런하게
다듬어 놓았다. 동서와 처제가 총각김치를 너무나
좋아한다며 이 정도 크기와 양이면 맛있는 김치를
담글 수 있을 것이라며 흐믓해 하였다. 아내의 그
웃으며 말하는 모습이 마치 친정엄마가 멀리 사는
딸에게 보내려고 농산물을 챙기는 것처럼 보였다.
택배를 보낼 박스포장을 하는 촌부의 마음도 너무
흐믓하고 기뻤다. 어느 드라마에서나 봄직한 그런
산골부부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우리둘이 정성껏
기르고 가꾼 것을 함께 나눌 수 있음이라서 좋다.
아마도 둘째네는 함께 살던 때를 추억하고 우리의
작은 마음을 기억하겠지?
*오늘은 아침 기온이 영상 6도인데 비가 추적거려
그런지 꽤나 쌀쌀한 느낌이 든다. 하기사 10월도
이제 하순이고 며칠후면 11월이니 가을도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겠지 싶다. 반갑지도 않은 비가
내려서 일을 할래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따
장모님을 모시고 원주에나 나갈까 싶다. 너무나
좋아하시지만 산골에서는 드시고 싶어도 제대로
드실 수 없는 갈비탕이라도 한 그릇 먹고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