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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PicsArt_10-20-09.53.12.jpg : 촌부의 단상-이를 어쩌나?PicsArt_10-20-09.57.50.jpg : 촌부의 단상-이를 어쩌나?[촌부의 단상]
이를 어쩌나?

산골의 가을날 아침은 어김없이 짙은 안개와 함께
시작된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서 계절은 가을의
한복판이 아닌가 싶다. 이른 아침 5시반 영상 7도,
그다지 떨어지지않은 온도라 그런지 이슬이 내려
나뭇가지며 나뭇잎에 맺혀있었던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산골의 아침을 깨우는 것 같다.
아직 동이 트기전이고 안개가 자욱하여 어둑어둑
어둠이 걷히기를 기다리다보니 점점 아침산행이
늦어진다. 그동안 복장을 갖추고 장비도 챙긴다.

다른 지방은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져 공기가 많이
탁하다고 하지만 이곳 산골은 짙은 안개가 끼어도
공기가 시원하고 상쾌하여 좋다. 산으로 올라가는
모자를 쓴 촌부의 머리에도 겉옷과 바지가랭이도
축축해진다. 그래도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까지도
가벼워진다. 하루 일과중에 혼자 아침산행을 하는
이 시간이 촌부에게는 가장 좋은 시간이 아닐까?

그런데 이를 어쩌나? 어제 아침산행을 다녀와서
이제 잣송이 줍기를 마무리해야겠다고 하였는데
조금 더 유보해야겠다. 산행길에 잣나무숲을 막
지나가려는데 떨어져 있는 잣송이가 눈에 띄었다.
잣송이를 보자마자 금새 견물생심(見物生心)이
발동하는 촌부,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몇송이 없어
이제 끝물이구나 했었는데 잠시 주섬주섬 주워서
담다보니 배낭에 가득이다. 그렇다면 욕심을 내서
옆산에 있는 잣나무숲으로 가보자 하고 갔더니만
여기도 잣송이가 촌부를 기다렸다는 듯 군데군데
풀섶이며 심지어는 키작은 나뭇가지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 아닌가. 혼자 야릇한 미소까지 띄면서
신나게 줍다보니 가지고 다니는 작은 마대부대에
가득 차는 것이다. 한참 줍고 있는데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밥때가 훨씬 지났는데 잣송이 없는
산에서 뭘 하길래 안내려오냐며 대답도 하기전에
혼자서 소리를 지른다.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잣나무숲에 잣송이가 많아서 줍고 있는데...'하고
대답을 했더니 금새 말이 달라진다. '배고플텐데
빨리 줍고 내려오셔~ 그런데 많이 주웠어?'라면서
웃는다. 견물생심(見物生心)에 잣송이 줍는 촌부,
많이 주웠냐며 묻고있는 산골아낙도 견물생심이
동했으니 우린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나 할까?

잣송이 가득 찬 배낭을 매고 또 한 가득인 부대를
어깨에 얹어 내려왔더니 아내의 모습은 어린아이
마냥 함박웃음을 짓는다. 지난번에 내다팔고 새로
큰 마대부대에 그동안 시나브로 주워다 모아놓은
것과 오늘 아침 주워온 것을 합쳤더니 다 담고도
몇개가 남는다. 이따가 읍내에 나가서 또 돈으로
바꿔와야겠다. 그 돈으로 아내와 촌부의 겨울용
털신은 한켤레씩 사와야겠다. 언제까지가 될런지
얼마나 될런지 모르지만 지금부터 줍는 잣송이는
말려서 갈무리를 하여 우리가 먹어야겠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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