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참 좋은 봄날, 날씨가 어찌나 좋은지
2026년 5월 6일 수요일
음력 丙午年 삼월 스무날
오늘부터 날씨가 회복될 것이라고 했는데...
아침은 어제보다 쬐끔 낫지만 여전히 차갑다.
0도의 기온, 지붕에는 서리가 내려 하얗다.
이틀째 난롯불을 지펴야 했다. 5월 초순에...
햇살이 퍼지는 오전부터나 회복이 되려나?
8일간의 긴 황금연휴가 끝났다.
나름 알차게 지낸 듯하여 흐뭇하고 뿌듯하다.
오늘은 이른 아침 식물원 일을 나가야 한다.
하도 오래 쉬어서 그런지 마음이 설레인다.
요즘에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봄날인데
8일씩이나 못봤으니 많은 꽃들이며 나무들이
어떤 모습일지 대충 짐작은 하지만 궁금하다.
어제는 추웠던 아침과는 달리 햇살이 퍼지며
아침나절부터 오후 늦게까지 참 좋은 날씨였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코발트색으로 파랬고
단지는 갖가지 색의 꽃들이 피어 꽃대궐이었다.
그뿐인가? 야생초와 나무들은 갈 길 바쁘다며
연두연두, 초록초록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듯이 푸르름으로 옷을 갈아입고 제각기 뽑낸다.
혼자 보기 아까워 아내 불러 함께 보자 했더니,
"어디 이런 풍경 하루 이틀 보나? 바쁘다니..."
라며 웃더니 "참 멋지고 좋긴 하네."라고 했다.
늘 오가며 눈에 거슬리던 일을 해보기로 했다.
속사정 모르는 이들은 그렇게 야생초를 아끼고
사랑한다면서 왜 비비추를 그렇게도 미워하며
캐내고 뽑아내 버리냐고 할 게다. 들어보시라!
25년전 일이다. 이주 초기 그저 야생화에 미쳐
야생화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얻어와 마구
심었다. 마을 시냇가에 잎파리가 난처럼 예프게
생긴 녀석들이 좋아보여 마을 분들에게 캐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무슨 상관이냐며 얼마든지 캐
가라 했다. 얼씨구나 하고 캐다 집앞에 심었다.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사방으로 번져서 나가는
것, 번식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 녀석들
자라는 곳에서는 다른 야생초는 얼씬을 못한다.
정말 대단한 번식력이다. 흙이 있는 곳은 뿌리를
뻗어 돋아나는 것이다. 심지어 디딤돌 밑으로도
뿌리를 뻗어 지나가며 자랄 정도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10여년 전부터 비비추 퇴출, 소탕작전을
하고 있지만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보이는
대로 캐고 뽑는다. 솔직히 말해 꽃은 참 예쁘다.
잎파리도 깔끔하고 보기에 정말 좋은 야생초다.
하지만 다른 야생초를 못자라게 하는 번식력이
촌부의 눈에 거슬려 미움을 받는 것이다. 정해준
곳을 벗어나는 것은 무차별 소탕이다. 아침나절
뾰족하고 가는 날 호미를 들고 집입구 주목나무
주변과 둘째네로 올라가는 돌계단 주변을 정리
했다. 워낙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 소탕을 했다고
해도 틀림없이 어디선가 또 돋아날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일단은 눈에 보이지 않게 정리했다.
비비추 정리, 소탕작전 하다가 더덕을 발견했다.
다치지 않게 윗쪽의 낙엽과 흙을 살살 긁어보니
뇌두가 꽤 컸다. 더 이상 손으로는 팔 수가 없어
긴 Y자 모양의 도구로 돌틈의 흙을 파내기 시작,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두 손가락에 잡힌 부분이
큼지막하게 느껴지며 보이기 시작했다. 손으로
붙잡힐 정도가 되어 좌우로 살살 흔들며 앞으로
당겨보았으나 한 쪽 뿌리는 돌틈에 끼여있고 또
한 쪽 뿌리는 나올 듯 말 듯... 포기를 해야 하나
끝까지 해봐야 하나 갈등을 하다가 끝을 보자고
마음먹고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결국 돌틈에 끼인
뿌리는 끊어지고 나머지 뿌리만 건질 수 있었다.
캐고 보니 꽤나 큼지막하고 상당히 오래 묵은 듯
했다. 시냇물에 깨끗이 씻어 아내에게 갖다줬다.
저녁 밥상에 더덕오이무침이 올라왔다. 두들긴
더덕을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오이를 썰어넣어
향긋함과 상큼함을 동시에 맛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런 걸 두고 요즘 흔히들 말하는 득템(得item)
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촌부가 비비추와 씨름을 하고 있는 그 사이 전날
뜯어놓은 산나물을 둘째네에 나눠주고 나머지는
종류별로 데쳐 각기 다른 채반에 담아 널어놓느라
분주했단다. 다행히 햇볕이 좋아 잘 마르고 있다.
처음에는 앞마당에서 말리다가 장독대로 옮겼고
오후에는 데크로 옮겨 말렸다. 햇볕을 따라 옮겨
주어야 하는 수고가 따르는 묵나물 말리기이다.
햇볕이 좋아서 오늘 하루만 더 말리면 될 것 같다.
이렇게 말린 묵나물은 영양도 배가 된다고 하여
좋고 또한 두고두고 다용도 식재료가 되어 좋다.
촌부가 좋아하는 산골스러움이 많긴 하지만 그 중
하나, 산나물 말리는 모습이 정겨워 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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