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예초기로 잡풀을 깎으며...
"이번이 정말 올해의 마지막 작업이겠지?"
"아마 그럴거야! 암~ 그래야제..."
지가 묻고 지가 대답하며 중얼거리는 촌부...
누가 보면 정신나간 영감탱이라고 하겠지?ㅎㅎ
그제 아침나절에 옆집에서 전화가 왔다.
"시간되면 올라오는 길가에 풀 좀 깎읍시다?"
"좀 이따 저녁나절에 합시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서 혼잣말로 중얼중얼...
"지난번 언젠가도 나혼자 했구만 꼭 같이 하자네."
그렇잖아도 오가며 깎긴 깎아야 하는데 했었다.
그리곤 장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진부를 거쳐
메밀꽃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봉평을 다녀왔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나 보다. 오후 5시반이다.
예초기를 꺼내와서 연료를 채우고 시동을 거는데
어라? 시동이 안걸린다. 며칠전까지 멀쩡했는데...
그렇게 예초기와 20여분을 씨름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우리마을 맥가이버 아우에게 전화를 했다.
"아우! 어디 있는고? 어느 밭에 있는가?"
"형님 무슨 일이요? 지금 일 마치고 집인데..."
"그래~ 알았네. 바로 갈테니 기다리시게..."
전화를 끊자마자 예초기를 차에 싣고 출발했다.
늘 귀찮은 일거리를 갖고 가지만 반갑게 맞아주는
마을아우와 제수씨가 참 고맙다. 마침 집을 나설
무렵 택배가 왔다. 도시에 있는 아들녀석이 보낸
것이다. 산골식구들과 이웃들에게 나눠주라면서
식용류 선물세트를 여러개 보내 주었다. 잘됐다
싶어 그 중에 하나를 챙겨 마을아우네 제수씨께
갖다주었더니 뭘 때마다 챙기냐면서 고맙단다.
차에서 예초기를 꺼내놓고 제수씨와 잠시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 예초기 소리가 났다. 불과 1~2분
사이에... 쫓아갔더니 아우가 웃으며 하는 말이
걸작이다. "멀쩡한 걸 왜 갖고 오셔?"라며 웃었다.
이럴때 "사람 환장하것네!"라는 말을 쓰겠지 싶다.
"뭐야? 어떻게 한건가? 내가 할땐 안 걸리더니..."
"형님! 기계도 사람을 알아본다니까요. ㅎㅎ"
그리고는 예초기 여기저기를 살피더니 꼼꼼하게
점검을 하더니 구리스까지 넣어 주었다. 고맙다.
그 광경을 본 제수씨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승연아빠! 농기계 수리점 차려야겠네."라고...
마을아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올라와서
예초기 시동을 걸어 매고 내려갔더니 이번에는
옆집 예초기가 말썽이다. 이놈의 촌부 복도 많다.
또 꼼짝없이 길가 양옆을 혼자 깎아야 하다니...
" 젠장~ 이놈의 일 복은 오나가나 일세. ㅎㅎ"
혼자 궁시렁거리며 풀을 깎는데 어느새 서산으로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다음날에 할까도
생각했었지만 또다시 예초기를 매고 내려오기도
그렇고 기왕 늦은 김에 마무리를 하자고 마음먹고
땀을 뻘뻘 흘리며 깎았다. 옆집에서는 미안했는지
손전등을 들고 바람으로 눈을 날려보내는 제설용
장비로 깎은 풀을 치우고 있었다. 다 마치고 집에
올라오니 날은 저물어 캄캄하였다.
전날 풀깎는 작업을 하고 예초기에 연료가 남아서
어제 저녁무렵 펜션주변, 목공실부근, 바베큐장을
거쳐 퇴비장으로 가는 길, 밭가와 밭길의 잡초를
깎았다. 예초기에 연료를 남겨둔 상태로 보관하게
되면 다음에 사용할 때에 시동이 잘 걸리지않고
수명에도 문제가 있다고 하여 가능하면 한꺼번에
연료를 많이 채우지는 않는데 기왕 연료가 쓰고
남은 김에 연료를 다 소모할 때까지 풀을 깎았다.
그나저나 이제 정말 올해의 예초기로 풀깎는 일은
끝인가? 올해도 위험한 예초기 작업 많이 했네.
※잠결이라 몇시쯤인지는 모르지만 새벽에 엄청난
소나기가 거세게 퍼부었다. 여름도 다 지났는데
장맛비처럼 꽤나 요란스러웠다. 얼마나 세차게
비가 내렸는지 무우 새싹이 다 자빠져 있으니...
산에 갈까말까 망설이다 운동삼아 우의를 챙겨
입고 다녀왔다. 잠시 올라가면 자연이 촌부에게
주는 작은 듯하지만 큰 선물을 받아오니까...
찾으면 일이 보이지
안 찾으면 안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