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쉬움과 고마움의 교차...
어제 늦은 오후에 후두둑거리다 그쳤던 비가
바람과 함께 꽤나 거세게 내리고 있는 아침,
언제부터 내렸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이 비는
유난히도 폭염으로 더웠던 여름을 잠재우고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아닐까 싶다.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서늘하다 못해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이젠 정말 여름 꼬리를 감추는 걸까?
우산을 쓰고 바깥을 나가보니 간밤에 바람이
얼마나 불었는지 백일홍이 이리저리 자빠져
있고 이제 막 씨앗을 맺고 있는 해바라기가
바람에 무게를 못이기는지 흔들거리고 있다.
오늘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미리 알고
한 일은 아니지만 어제 아내와 함께 바쁘게
일을 했는데 참 잘했구나 싶다. 그동안 우리
산골식구들에게 눈을 즐겁게 하고 먹거리를
주었던 참외와 줄콩을 모두 따고 덩굴정리를
모두 마쳤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조금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무우씨앗을 뿌려놓았다.
오이모종인줄로 알고 잘못 사와 심어서 기른
덕분(?)에 지난여름에는 싱싱한 참외를 정말
많이 따 먹었다. 이제는 거의 시기가 지났고
덩굴을 거둘 때가 되어 모두 걷고 정리했다.
미처 익지못한 파란 청참외는 아내의 손을
거쳐서 참외장아찌로 거듭나 짭쪼롬하면서
달콤새콤 맛있게 입을 즐겁게 해줄 것이라며
벌써부터 잔뜩 기대 부풀어 있는 아내...
촌부는 낮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줄콩을
따고 아내 밑에서 낮은 쪽에 열린 콩을 땄다.
이미 두번에 걸쳐 익은 콩을 땄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콩이 제법 된다. 이제는 덩굴걷을
때라서 덜익은 풋콩도 모두 땄다. 두해째를
심은 이 줄콩을 보면 서울에 계신 어머님이
생각난다. 어디서 구하셨는지 줄콩 씨앗을
하라며 한줌쯤 되는 콩을 갖다주셨다. 줄을
타고 올라가며 열리는 것이 그렇게 보기가
좋아보였다고 하셨다. 심어보니 정말로 보는
재미와 콩을 수확하는 즐거움도 있는 콩이라
올해도 심어서 제법 수확을 했다. 장모님과
우리도 먹고 밖에 나가있는 아우들도 조금씩
나눠주고 또 근처에 사는 큰처남댁에도 조금
갖다드렸다. 씨앗을 주신 어머님께 드릴것은
잘 보관해두었다며 아내는 어머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해야 한다며 웃었다.
이렇게 우리에게 눈과 입에 즐거움을 주었던
참외와 줄콩의 덩굴을 모두 걷어내어 한가득
손수레에다 덩굴을 싣고 퇴비장으로 가면서
아내가 조금은 섭섭한듯 이렇게 말을 했다.
'아쉬움과 고마움이 교차하네.'라고... 정말로
제대로 맞는 표현을 한 것 같다. 작은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어 정성껏 가꾸어 우리에게
기쁨을 주었기에 아쉬움과 고마움이 동시에
교차했으리라 생각된다. 덩굴을 걷은 자리에
무우씨앗을 뿌려놓았는데 때맞춰 비가 내려
발아가 잘 될 것같다. 시기를 제대로 맞춘것
같아 기분좋은 아침을 맞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