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니? 이럴 수가...
장마가 끝나서 그런지 매미가 때를 맞춰서
나와 이른 아침부터 울어 제친다. 매미들의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요며칠 아침나절에
비가 내려 밭일을 못했다. 딱히 밭일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밭고랑에 잡초들을 뽑아야만
하는데 한낮에는 더워서 일하기가 어렵다.
어디부터 호미를 들이대야 할까 망설이다가
간만에 막내네 뒷켠 고사리밭으로 가보았다.
우와~~ 놀랍다.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고사리밭이라 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울 정도
이다. 아예 온갖 잡초들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으니 잡초밭이라 해야할 것 같다. 풀섶을
헤쳐보니 무성한 잡초 사이사이에 고사리가
보인다. 주인 촌부를 원망을 하고 있는 모습
처럼 보였지만 반갑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자~ 그럼 이 잡초란 녀석들은 모두 소탕해
시원하게 해주마!'라고 중얼거리며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그런데 잡초를 뽑는 촌부를
공격하는 녀석들이 있다. 잡초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깔따구와 날파리인지 하루살이
인지는 모르는데 아주 자그마한 녀석들이
땀으로 범벅이 된 촌부의 얼굴에 마구 덤벼
방충 모자를 가져와 뒤집어 쓰고 고사리밭의
잡초뽑기를 마무리하였다. 속이 시원하다.
어제 둘째네가 휴가차 산골집에 왔다. 거의
서너달만의 만남이라 반갑다. 아내가 정성껏
저녁식사를 준비하여 장모님을 모시고 함께
식사를 하였다. 집밥이 그리웠다는 동서와
처제가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그저 소박한
시골밥상을 차렸는데도 맛있게 먹어주어서
고맙다고 흐믓해하는 아내의 미소가 너무나
보기좋다. 동서와 모처럼 함께하는 한잔술이
달달하여 두어병을 비웠지만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주거니 받거니 마셔서 그런지
취하지도 않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며칠은
산골집의 식구들이 늘어서 든든하겠지?
올해는 상추가 꽤나 오랫동안 밭에 자리하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에 거의 녹아
없어지거나 쫑대가 쑥 올라와 꽃이 피는데...
식구에 비해 조금 많이 심기는 했지만 거의
한달 가까이 상추를 좋아하시는 장모님께서
무릎 수술 때문에 집을 비우셨고 우리둘이서
상추만 먹을 수도 없어서 지인들에게 꽤나
많이 따서 나누기도 했다. 얼마전 막내네가
와서 조금 먹었고 이번에 둘째네가 왔으니
조금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상추를 따서
먹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싱싱하고
맛있는 상추를 아우들에게 못먹일까봐 내심
걱정을 많이 했었던 촌부와 산골아낙이었다.
둘째네가 가고나면 상추밭은 정리를 하려고
한다. 대신 김장용 무우를 심을 계획이다.
오늘은 봉평 5일장날이다. 간만에 온 둘째네
식구와 함께 장에 다녀와야겠다. 가는 길에
큰처남댁을 모시고 가기로 했다. 간밤에 또
멧돼지 떼가 들어와 이번에는 옥수수는 물론
감자밭을 뒤집어 놓고 갔단다. 속수무책이라
큰일인데 어떻게 해야할까? 봉평장에 나가
장도 보고 둘째네가 점심을 사겠다고 한다.
멧돼지 피해를 본 큰처남댁 형수님을 위로할
겸 산골식구들의 외식이라고나 할까...
바쁘다보니 오늘 촌부의 일기는 지각이다.



식스틴으로 갈기면 끝나는데
희한한 나라야 피해가 느는데
뒷짐지고 있어
후방 군바리 풀면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