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꽃과 나비 그리고 추억속으로...
지난봄에 밭가에 아내가 좋아하는 백일홍과
봉숭아를 나란히 심어서 꽃밭을 만들었더니
지금 한창 꽃이 핀다. 몇해를 심었지만 올해
처럼 튼실하게 자라고 꽃을 많이 피운 적이
거의 없었다. 밭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땅을
꽃밭으로 활용한 것인데 참 잘했구나 싶다.
어제 저녁무렵 밭에서 오이와 토마토를 따고
뻗어가는 줄콩을 묶어둔 끈으로 유도해주고
오이 진잎을 잘라주고 토마토 곁잎을 따주고
있는데 밭가 꽃이 만발하여 보기좋은 백일홍
꽃밭위에 아주 커다란 나비 한마리가 자꾸만
왔다갔다 하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엄청나게
큰 나비였고 촌부의 눈을 사로잡아서 일이고
뭐고 팽겨치고 꽃밭에 가서 스마트 카메라로
녀석의 모습을 찍으려고 했다. 꽃에 앉을듯
말듯 꽃주위를 연신 배회만 하는지라 녀석의
모습을 찍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오기가 난 촌부, 그렇게 기다리기를 30여분
녀석이 꽃위에 앉는 모습을 겨우 셋컷 담을
수가 있었다. 아내가 하는 말이 '제비나비를
처음 봤나? 참 할 일도 없는 영감이네. 아직
그런 낭만이 남아있으니 젊었는가베?'라고...
아내는 가끔씩 어릴적 할머님을 떠올리면서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어린시절에 할머니와
시골에서 살며 쌓은 추억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렇다. 사실 촌부도 아내와 처음 사귈 무렵
수원인근 목장에 계시던 할머님께서 맛있게
끓여주신 된장찌개에 반하여 아내와 결혼을
하면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원없이 먹을 수가
있겠구나 했었다. 할머님께서 끓여주신 그때
그 된장찌개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데
아내도 할머님을 닮아 음식을 잘하지만 아직
할머님 솜씨만큼의 된장찌개 맛을 못낸다.
아내의 할머님 추억 이야기를 하다가 촌부의
추억속으로 들어갔네. 오늘 아내의 할머님에
대한 추억은 손톱에 봉숭아 꽃물들이기이다.
어릴적 할머님께서 이맘때 봉숭아 꽃을 따다
찧어 손톱에 물을 들여주시곤 했단다. 그땐
모든 것이 귀한 시절이라 찧은 꽃을 손톱에
얹고 봉숭이 잎파리로 감싸고 실로 감싸매어
주었었단다. 그 기억을 추억하면서 촌부더러
봉숭아 꽃을 찧어와 손톱물들이는 것을 도와
달라고 하였다. 백반넣고 찧은 봉숭아 꽃을
손톱위에 올려놓고 랩으로 덮은 다음 실로
묶은 다음 음식할 때 쓰는 1회용 비닐장갑을
끼워주었다. 어젯밤에 하고 잠에 들었으니
자고나면 예쁘게 물든 손톱을 자랑하겠지?
60이 넘은 나이에 아이들마냥 웃으며...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