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단지에서 뜯는 산나물
2026년 5월 5일 화요일
음력 丙午年 삼월 열아흐렛날
"저 기 뭣꼬?"
"저 거는 5월에 내린 서리 아인가베!"
"5월 초순에 서리가 내린다꼬?"
"하모! 봐라! 지붕에 내린 기 하얀 서리라쿤께!"
아침 기온 영하 1도, 꽃피는 5월 초순임에도
불구하고 하얗게 서리가 내려 지붕을 덮었다.
아내가 일어나기 전에 부랴부랴 난롯불 지폈다.
이 산골에서나 보게 되는 봄날 아침이라고 할까?
산골의 아침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이 거는 또 뭣꼬?"
"아하, 그 거?
어제 이른 아침 읍내 보건소에서 아내와 함께
건강검진 받고 왔제!"
간만에 건강검진을 하고 왔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바짝 쫄아가지고... 요즘은 예전과 달리
첨단 장비라서 그런지 아주 간단하게 마쳤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괜시리 걱정이 앞선다.
"저 거는 뭣꼬?"
"아~따! 뭘 자꾸 물어쌋노?
저 거는 어제 비가 그치고 나더마는 날씨가 참
좋아서 단지 사진 몇 장 찍어본기라! 예뿌제?"
비가 그친 산골집 모습은 그야말로 봄날의 멋진
풍경이었다. 바람이 조금 불어 쌀쌀하기는 해도
이제 제대로 봄이 왔구나 했다. 철쭉, 조팝나무,
팥배나무 꽃이 피기 시작하고, 주변 사방으로는
연두연두, 초록초록... 설다목 산골의 봄날이다.
오늘 아침 영하 1도, 서리가 내리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어제 산골의 봄날씨였다.
"이 거는 또 뭣꼬?"
"보모 모리나? 산나물 아이가!"
"산나물을 산에서 뜯어야제, 와 집에서 뜯노?"
"모리는 소리, 예전 예전에 단지에다 심어놨제!
우리는 산에 안가도 올마든지 나물이 쎄빗다!
한번 들미기보까?
잔대, 참취, 개미취, 곰취, 곤달비, 망초, 질경이,
마타리, 냉이, 달래, 원추리, 두릅, 개두릅, 머위,
등등 웬만한 나물은 단지안에 다 있다쿤께!"
어제 오후 아내와 함께 진부에 잠시 다녀왔다.
몇 가지 필요한 것이 있다곤 했지만 바람도 쐴 겸
핑계 삼아 드라이브를 하고 왔다는 것이 맞을 듯...
오면서 날씨가 좋은데 집에 가면 할 일도 없으니
나물이나 뜯자고 했다. 비가 그친 후라서 날씨가
참 좋았다. 산나물 뜯기엔 안성맞춤이라고 할까?
아내는 망초순과 개미취를 뜯고 촌부는 잔대순을
뜯었다. 잔대순은 뜯는다는 표현 보다 꺾는다는
것이 맞을 듯하다. 아내와 이런저런 정담 나누며
나물 뜯는 시간이 참 좋다. 이런 것이 산골살이
재미이며 즐거움이고 보람이겠지 싶다.
어제 뜯어놓은 산나물 일부는 데쳐 무쳐 먹기도
하고 거의 대부분 햇볕에 말려 묵나물로 만들어
잘 보관해 봄날을 제외한 연중 언제라도 먹을 수
있게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특히 잔대순은
흔히 구할 수 없는 나물이다. 맛도 좋으며 영양도
좋다고 한다. 오래전에 몇 그루 심어놓은 잔대가
우리 단지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곳인지 사방에
씨가 날려서 퍼져 수없이 번식이 되었다. 일부러
씨앗 받을 필요도 없다. 사실 잔대는 씨앗이 워낙
자그마한 것이고 자연스레 씨방이 터지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씨앗을 받기도 어렵다. 자연번식으로
놔두는 것이 최선이지 싶다. 주로 잔대는 뿌리를
먹는다. 어릴적 고향 남해에서는 딱주라고 했다.
한방에서는 사삼(沙蔘)이라고 하는 좋은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잔대는 더덕에 밀려 지천에 널린
것이 잔대인데도 뿌리를 캐먹게 되지는 않는다.
더덕이나 도라지처럼 쓴맛이 없고 단단하지 않아
조리를 하면 식감이 부드럽기는 하지만 무덤덤한
맛이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부터라도
뿌리가 실한 잔대를 골라 이따금씩 캐먹어야겠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씩씩하고 튼튼하고 슬기롭게 잘 자라라고...
촌부 양가 직계 집안에는 어린이가 하나도 없다.
그러다보니 손자, 손녀 재롱 자랑하는 친구들이
부럽고 또 부럽고 많이 부럽다.
아들 녀석이 이 글을 봐야하는데...ㅎㅎ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