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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장맛비가 그치고 나니...

며칠만에 환한 햇살을 구경하는지 모르겠다.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보았다. 눈이 부셨다.
코발트색 파아란 하늘이 너무나 선명해 좋고
뭉개뭉개 구름들이 둥실둥실 떠가는 모습이
어찌나 좋아 보이는지 모르겠다. 장마철이라
한동안 해를 못보았는지라 더욱 더 반갑다.
평상시에는 관심도 없고 그러려니 했었는데
장맛비로 인하여 해 구경을 못하여 마음한켠
해를 기다렸는가 보다. 구름이 덮히고 비가
내리면 해가 그립고, 쨍쨍 내려쬐는 햇살이
따가우면 구름 끼거나 비가 기다려지는 것은
사람이라서 그렇겠지만 생각컨데 이 세상에
가장 간사한 것이 우리네 사람, 바로 인간이
아닌가 싶다. 역설하면 그러니까 인간이지?

간만에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한 별을 구경
하였다. 이 산골에서 맑은 날의 밤에는 별을
보는 것이 흥미롭다. 마치 캄캄한 밤하늘에
은빛 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총총한 별들을
볼 수있는 것은 청정지역에서나 가능한 자연
현상이라 이 산골에 사는 또 하나 흥미로운
볼거리이며, 우리가 느끼게 되는 즐거움이고
자연과 우주가 우리에게 주는 고마운 선물이
아닌가 싶다. 창문을 열고 밤하늘 별구경을
하느라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저 신비롭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루했던 장맛비가 그치고 나니 밭작물들의
모습이 꽤 많이 변했다. 빗물에는 농작물이
좋아하는 영양소가 많은지 며칠사이에 부쩍
자랐다. 오이와 줄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쑥쑥 자라 줄기가 뻗어가고 있고, 땅을 기는
호박과 참외는 덩굴을 뻗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호박이 열리고 참외도 열리고 있다.
콩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제법 무성한 잎을
자랑하고 하고 있다. 브루콜리와 양배추와
콜라비도 꽤나 많이 자랐다. 그런데 올해는
고추와 들깨, 자소엽은 나뭇그늘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다지 성장이 잘 안되는 것 같다.

장마철을 가장 겁내는 작물이 상추가 아닌가
싶다. 물을 좋아하면서 한편으로 물 때문에
생을 마감하는 것이 상추이다. 연하디 연한
잎이 엄청나게 탐스러운 모습이었는데 비에
젖어 잎이 진물러지고 사그라지는 것이라서
보는 마음이 안좋다. 그렇지만 이 또한 자연
현상이고 상추의 생육 특성이 그러하니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 플라스틱 양동이를 들고
밭에 들어가 상추포기마다 밑둥에 진무르고
녹아서 쳐진 진잎을 모두 뜯어냈다. 아까운
마음에 윗부분에 남은 잎이라도 건져보자는
생각이지만 거의다 훝어내다시피 하였더니
두서너 잎 남는다. 그렇게 정리한 상추잎이
세개의 양동이에 꾹꾹 눌러서 한 가득이다.
정리한 상추잎은 퇴비장으로 옮겨져 다음에
잘 발효된 퇴비, 거름이 되어서 다시 밭으로
되돌아 오게 될 것이다.

오늘은 아내가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원주에
나간다. 서로 친구라는 인연을 맺은지 어언
40년이 훨씬 넘었지만 지금껏 이어 오면서
만나고 있다. 아내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손자와 손녀를 둔 할머니가 된 친구들이다.
우정이 아주 돈독한 중년의 아줌마들 아니
할머니들의 모임에 찬사를 보낸다. 간만에
친구들 만난다고 설레는 아내, 덩달아 신이
난 촌부는 아내 친구들에게 뭘 보내야 하나
망설이다가 호박과 상추를 조금 준비하였다.
산골이라서 딱히 보낼만 한 것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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