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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접시꽃을 보면서...

키가 껑충한 접시꽃이 후줄근하게 장맛비를
맞고 피어 서있다. 비를 맞고 서있는 모습이
너무 안스럽고 애처롭게 보인다. 왜 그럴까?
지금은 정치인이 된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란 시가 생각나서인가? 아니면 아주
먼 옛날 신라시대 문장가이신 최치원 선생의
蜀葵花(촉규화)라는 시가 생각나서일까?

꽃말이 "단순, 편안(단순한 사랑, 아양떠는
사랑), 다산, 풍요"라고 하는 접시꽃은 보통
2년생이며 때로는 다년생으로 키가 1~3m
정도까지 크게 자라며, 蜀葵花(촉규화)라고
불리기도 하며, 또한 덕두화. 접중화. 촉계화.
단오금이라고도 부른다. 중국이 원산지인데
우리나라에는 언제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꽤 오래전부터 길가나 빈터같은데 자생하는
꽃이다. 꽃색깔은 붉은색, 분홍색, 흰색으로
핀다. 원칠한 키에 피는 커다란 꽃이 예쁘다.

●신라시대 말기 유명한 학자이며 문장가인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당나라 유학생 시절
지은 작품으로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한스러움을 접시꽃의 처지에다
비유하여 오언율시(五言律詩)로 노래를 한
"蜀葵花(촉규화)"라는 漢詩를 옮겨보면...

寂寞荒田側(적막황전측)
繁花壓柔枝(번화압유지)
香輕梅雨歇(향경매우헐)
影帶麥風欹(영대맥풍의)  

車馬誰見賞(차마수견상)
蜂蝶徒相窺(봉접도상규)
自慚生地賤(자참생지천)
堪恨人棄遺(감한인기유)

쓸쓸한 묵정 밭 가에
탐스런 꽃이 가냘픈 가지를 눌렀네
장마 비 갤 무렵 가벼운 향기와
보리 누름 바람 결에 비낀 그림자 

수레 탄 어떤 사람이 와서 보리오
벌 나비만 부질없이 서로 엿보네
태어난 곳이 천함을 부끄러워해서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한을 참고 견디네

●30여년전에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
이라는 시는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시집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초유의 화제와
판매기록을 세우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사랑과 이별의 슬픔을 구구절절하게 표현해
많은 이들에게 널리 회자되었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시집을 사다가
아내와 함께 읽었던 그 시를 다시금 읊조려
보며 촌부의 일기에 옮겨본다.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 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 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덩을 덮은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 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 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 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PicsArt_1467621584292.jpg

 

Atachment
첨부 '1'
  • coong 2016.07.07 10:31
    어렵다 뜻도 외움도.
    그래서 단순무식하게 사는게지
  • 뽀식이 2016.07.07 14:48
    할 짓이 없는 촌부라서 이것저것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배우려고 하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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