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풀밭인가 꽃밭인가?
산골아낙과 촌부가 사는 집
앞뜨락과 뒷뜨락은
남이 보면 풀밭이고
아내와 내가 보면 꽃밭이다.
뜨락을 보면 언젠가 펜션 손님으로 왔었던
어린 여자아이와 엄마의 대화가 생각난다.
'엄마! 이 집은 정원이 풀밭이야.'
'어~ 정말 그러네. 그런데...'
'왜 꽃을 안심고 풀을 심었어?'
'저 많은 풀들도 야생화라는 꽃들이란다.'
'야생화가 뭐야? 무궁화하고 같은거야?'
'야생화가 뭐냐면... 들에서 자라는 풀인데...'
그런데 그 뒷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엄마는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난감한 표정이었다.
듣고있던 촌부가 나서는 것이 어린아이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다가가 아이와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나서
'아가야! 야생화는 일부러 기르지않고 그냥
두어도 제대로 자라서 꽃이 피는 것이란다.
집에서 물을 주며 기르는 것과는 다르지.'
라고 하였더니 그 녀석 대답이 걸작이었다.
'왜 그냥 두어도 꽃이 피어요?'라고 하였다.
옆에 선 아이의 엄마도, 대답을 해야만 하는
촌부도 어떻게 설명을 할지 대략난감이었다.
한참 망설이다가 '이 세상에는 아주 수많은
식물들이 있는데 사람들이 길러서 꽃이 피는
것보다 산이나 들에서 그냥 자라 꽃이 피는
것이 더 많단다.'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과연
이 대답이 제대로 된 대답이었을까?
야생화는 순수한 우리말로 옮기면 들꽃이다.
그러니까 '사람 손을 빌려 길러지는 것 같은
인공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자연상태 그대로
자라는 식물'을 말한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현재 식물학계에 보고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야생화의 수는 205과 1,158속 4,939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엄청난 개체수이다.
우리부부는 16년전 이곳으로 삶터를 옮겨와
살기 시작하면서 부터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인근 산을 돌아다니면서 군락지에서
한두그루씩 파다가 심기도 했고 자연상태로
씨앗들이 날아와 자라기도 하였다. 뜨락에는
도대체 몇종류의 야생화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른다. 정확히 숫자를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오래전에 봄부터 가을까지
뜨락에서 자라는 야생화를 하나하나 종이에
적어보니 120여종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야생화의 숫자가
약 5,000여종이라고 하니까 우리집엔 겨우
2.5%도 채 안되는 야생화가 서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도 계절마다 더 애착이 가고
아끼는 꽃들도 많다. 일일이 그 이름을 모두
우리나라 야생화 전문가로 유명하신 김태정
박사님의 책을 보고 배우며 익혀오고 있다.
언제가 될런지 모르지만 우리집에 서식하는
야생화들을 계절별로 분류하여 사진과 함께
그동안 배우고 익힌 내용을 정리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