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비가 그친 오후에...
봄가뭄끝에 내린 이번 비는 참으로 고맙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준 감로수처럼 여겨진다.
그새 나뭇가지에는 올록볼록하게 움이 트고
땅속에 움추리고 있던 야생초는 흙을 비집고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얼마나 좋을까?
비가 그치고 햇살 따스하게 내리쬐는 오후,
목장갑을 끼고 낫을 들고 바깥으로 나갔다.
지난 늦가을 씨앗 갈무리를 하고 미처 마른
꽃대를 자르지 못한 것들을 정리해 주려고...
비가 갠 뒤라서 그런지 햇살이 꽤 따사롭고
더 없이 맑은 하늘이 좋았다. 이따금씩 낯을
간지럽히는 살랑이는 바람마저 느낌이 좋다.
가능한 있는대로 자연스럽게 두다보니 넓은
단지의 마른 꽃대를 정리하는 것도 녹녹하지
않다. 처음 시작을 하던 때는 40대 중반이라
그다지 힘든 줄을 몰랐는데 이제 60을 넘겨
그런지 힘이 부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이라 생각하지않고 취미라고 여기다 보니
한결 마음이 가볍고 힘든 줄도 모른다. 또한
일을 무리하게 한꺼번에 하지않고 시나브로
쉬엄쉬엄 하려고 한다. 다만 시기를 놓치지
않을 만큼 시간을 맞춰가면서 하면 되니까...
마른 꽃대와 풀을 베다보니 어느새 꽃이 핀
녀석들이 있다. 둘째네 집앞의 마른 꽃대와
잡목을 자르다보니 처녀치마가 꽃을 피웠다.
꽃대를 조금 내밀어 피운 꽃을 뽐내고 있다.
땅바닥에 펼쳐진 잎사귀 모습은 마치 처녀가
치마를 펼쳐 철퍼덕 바닥에 주저앉은 것처럼
보이는데 왠지 그 모습이 '절제'라는 꽃말과
잘 안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른 봄
일찍 찾아와서 피는 꽃이라서 너무 반갑다.
마른 풀섶에 피어있는 현호색꽃은 오묘하다.
마치 자그마한 새들이 모여 합창을 하듯이
앉아있는 것처럼... '보물주머니, 비밀'이란
꽃말과 어울린다고나 할까? 그리고 또다른
풀섶에는 자그마한 모습의 애기중의무릇이
노란꽃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꽃말을 '일편단심'이라고 한 이유가 뭘까?
스님들이 산속에서 일편단심 부처님을 향한
마음으로 수도를 하는 것처럼 보여 그런가?
이렇게 초봄에 피는 야생화는 앙증맞을만큼
크기가 너무 작아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모르고 그냥 지나치게 된다. 이제 봄꽃 피는
모습을 살피는 재미가 쏠쏠한 계절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