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빙벽을 이룬 시냇물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는 아랫쪽의 시냇물은
올해도 여느해와 마찬가지로 얼음이 얼었다.
우리집옆을 흐르는 개울물이 흘러 시냇물과
만나는 부분은 마치 폭포가 얼어붙어 빙벽이
되듯이 꽤 큼지막한 얼음기둥이 만들어졌다.
이 얼음기둥이나 바짝 얼어붙은 시냇물이나
개울물은 거의 겨울이 끝나갈 무렵에나 녹아
흐를 것이다. 예전같으면 시냇물에서 얼음을
지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겠지만
요즘은 볼 수가 없다. 시골에 아이들이 거의
없을 뿐더러 있다고 하여도 세상이 좋아져서
얼음썰매를 지치며 놀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촌부의 어린시절 겨울에는 그런 놀이 마져도
그다지 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촌부의 고향
남해는 소위 말하는 온대지방이라서 얼음이
어는 것도 눈이 내리는 것도 흔치가 않았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에 서울로 유학을
갔더니 서울아이들은 시냇물이 어는 곳이나
일부러 공터에 물을 가둬놓고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놓은 곳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보고 많이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시골에
살다가 서울로 온 경상도 촌놈이라며 많이도
놀림을 받았고 한동안 텃세 때문에 어울리지
못하여 어린 나이에 적응하느라 꽤 힘들었던
첫해의 서울생활이었다. 그러다가 보니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스케이트를 한번도 타보지
못했다. 그렇게 두해 겨울이 지나고 중학교
진학을 하여 겨우 서울생활에 적응이 되었고
친구도 생겼다. 어린 나이에 힘들었던 것은
고향 남해에서는 공부도 곧잘 했었고 반장도
지냈는데 하는 자존심 때문에 더욱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서울에서 사귀었던
촌부의 초등학교 친구가 거의 없다. 하지만
고향친구들은 많이 달랐다. 함께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동창모임에 끼워주었고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가깝게 지내고 있다.
오늘따라 고향친구들이 많이 그립다.
오늘 오후부터 설날 귀성객들의 차량행렬이
줄을 이을 것이다. 닷새간의 긴 설날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곳 산골도 오늘부터는
도시에 나가있는 가족들이 돌아와 북적이게
된다. 둘째네와 조카 딸내미가 오고, 차례를
지내러 수원에서 사는 아우네와 아들녀석이
내일이나 모레 올 것이다. 벌써 기다려진다.
오늘 아침에는 어제보다 더 기온이 떨어져서
영하 14도의 추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평년
기온을 회복한다더니 내일까지는 더 춥단다.
식구들이 설을 쇠러 집으로 오는 길이 많이
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촌부의 바람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