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그제도 어제도...
한파가 물러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산골은
겨울날의 기본(?)적인 추위가 남아서 우리들
주변을 감싸고 있다. 그제도 그랬고 어제도
그랬었는데 오늘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아침 기온이 영하 3도로 잠깐씩 살랑거리는
바람결이 춥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초봄날의
아침처럼 살갗에 다가온다. 느낌이 좋다고나
할까? 이런날만 계속해서 이어진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촌부의 바람이지만 그저
촌부의 생각이고 마음뿐이다. 예보에 의하면
또다시 이전의 북극 한파처럼 극심한 추위는
아니지만 매서운 추위가 닥칠 것이라 한다.
겨울이니까 그러려니 해야겠지 싶다.
그제도 어제도 산골아낙인 아내는 촌부에게
맛난 야식을 만들어 주었다. 촌부의 일기에
주인공처럼 자주 등장하는 온갖 야식 메뉴는
그날그날 떠오르는 아내의 생각으로 대부분
결정하여 만들지만 이따금씩 촌부의 생각을
묻기도 한다. 다만 이 모든 것들은 집에 있는
식재료들 중에 있는 것을 이용해서 만든다.
도시처럼 금방 나가 사올 수 없기 때문에...
그제는 먹다남은 치킨을 재활용한 깐풍기를
만들어 주었다. 치킨살을 발라서 다시 살짝
뎁히듯 튀겨내고 대파와 청양고추를 볶은
다음 함께 버무려 놓고, 간장에 식초, 설탕,
레몬즙, 굴소스, 양파, 마늘, 물 등으로 미리
만들어 놓은 소스를 끼얹으면 매콤, 달콤,
새콤한 맛이 일품인 깐풍기로 재탄생된다.
여기에 소주 한잔 곁들이면 야식으로 아주
끝내준다고나 할까?
어제는 TV를 보다가 전통시장의 장거리에서
파는 수수부꾸미가 보여서 "와~ 맛있겠다!"
라고 했더니 "오늘 야식으로 수수부꾸미를
해먹읍시다."라고 했다. "식재료는 있나?
만들라면 힘들잖아?" 했더니 "걱정마시오.
수수가루도 있고 팥앙금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지요."라며 냉장고를 뒤적거렸다.
아내가 수수가루 입반죽하는 사이에 촌부는
부꾸미 안에 소로 넣을 팥앙금을 새알처럼
둥글게 뭉쳐 놓았다. 팬에다 기름을 두르고
하나씩 구워내니 이내 수수부꾸미가 되었다.
아내는 수수부꾸미를 보면 옛날 어릴적에
할머니께서 자주 해주시던 때가 생각난다고
했다. 약주를 안드셨던 할아버지의 간식을
겸하기도 했지만 특히 사랑을 많이 주셨던
맏손녀 간식을 손수 만들어 주시곤 했단다.
그때를 회상할 때면 눈시울을 적시는 아내...
수수부꾸미를 만들면서 할머니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나둘씩 꺼내는 아내를 보는
마음이 짠했다. 우리부부는 각자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게 만든 수수부꾸미에는 막걸리가 아주
잘 어울릴 것이라면서 얼마전 고향 남해에서
향우님이 보내주신 다랭이팜 유자막걸리를
내놓았다. 어젯밤 야식은 추억의 먹거리에다
고향 생각이 함께 하는 야식이라고나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