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홍시를 먹다보면...
올해는 우연찮게 감을 많이 선물로 받았다.
떫은 감은 껍질을 깎아서 곶감으로 말려놓고
단감은 감말랭이를 말리고 또한 감장아찌를
조금 만들었다. 대봉감과 어릴때 고향에서는
때배감(?) 이라고 부르던 똬리처럼 둥글고
납작하게 생긴 감은 그대로 두었더니 홍시가
되어서 아주 맛이 좋다. 가끔씩 아내와 함께
후식으로 먹거나 야식으로 먹는다.
나훈아의 홍시라는 노랫말이 문득 떠오른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생각이 난다."...
그런데 촌부는 홍시를 먹거나 보게 되면 이
노랫말과는 다르게 할머니가 생각난다. 옛날
어릴적 할머니는 겨울날 벽장속에서 홍시를
꺼내 시루떡과 함께 주셨다. 지금과는 달리
홍시에 씨가 있었고 그 씨를 빼내고 접시에
담아 으깨어 떡을 찍어 먹게 해주셨다. 그때
그 홍시에 찍어 먹었던 떡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홍시를 먹게
되면 그 생각이 나서 떡을 찍어서 먹곤한다.
홍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다보니 그 옛날에
촌부를 아껴주시던 할머니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 할머니는 슬하에 6남 3녀의 무척 많은
자식을 두었다. 그 자식들이 낳은 손자들이
꽤나 많다. 그러니까 촌부를 포함한 사촌이
아마도 40명이 넘는 것같다. 그런데 그 많은
손자들 중에 촌부를 많이 아끼셨다. 그때는
잔치집에 가려면 지금처럼 돈봉투를 만들어
부조(扶助)를 하는 것보다는 쌀이나 보리,
밀같은 곡식을 자루에 담아 축하나 애도의
뜻을 전했었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머리에다
부조(扶助)할 곡식 자루를 이고 촌부와 사촌
여동생을 데리고 다니셨다. 그렇게 하다보니
장손인 사촌 형님이 부러웠든지 촌부를 미워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오죽하면 그랬을까?
이렇게 오늘같이 홍시를 먹다보면 할머니가
많이 그리워진다. 인자하셨던 우리 할머니...
